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정말 속이 '팍팍' 썩었을 것이다. 분통이 터져 소주 잔도 많이 기울였을 것이다. 성적에 대한 부담은 또 어땠을까.
'소리없는 메아리', 정말 답답하다.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도 답이 없다. '그냥 짖어라'다. 그렇다고 실력행사를 할 입장도 못된다. 상대는 '나의 목을 쥔' 고용주다. 잘 못 보이면 '짤린다'.
참다 참다, 정말 참을 수 없었다. '목'을 내놓고 한마디씩 했다. "좀 똑바로들 하세요!" 이제 '윗선'에서 어떻게 나오냐만 남았다. 귀담아 들었는지, 여전히 '그냥 짖어라'인지.
요 며칠사이에 보기 드문 기자회견 내용을 전해들었다. 한번도 아니라 두번이다. 자진사퇴한 광주 최만희 감독과 강원 김학범 감독의 '격정토로'였다.
먼저 최 감독의 말을 들어보자. 1일 시즌 최종전이 끝난 뒤다. "최근 나와 박 단장의 불화설이 나왔다. 난 축구 감독일 뿐, 내가 할 수 있는 건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뿐이다. 단장은 선수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것이 단장과 구단이 존재하는 목적이다. 하지만 그런 여건이 형성되지 않았다. 불화는 절대 소문만이 아니다." 광주 박병모 단장에 대한 비난이었다. 종이 한장을 펼치고 읽어내려갔다. 얼마나 사무친 게 많았는지 끝이 없었다. "단장은 현장(선수단)에 있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가령, 선수들이 제대로 먹어야 훈련을 할 수 있는데 일반인들과 같은 밥을 먹게 했다. 우리는 전용 식당이 없다보니 숙소 옆 음식점에서 밥을 먹었다. 선수들이 먹기에는 빈약해 좀 더 영양가 높은 음식을 요청했다. 그러나 개선의 노력은 없었다. 광주시가 지난 두달 동안 도움을 줬다." "과거 숙소가 공무원 교육원이었다. 겨울에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져도 보일러를 가동하지 못했다. 2인 1실로 숙소를 옮긴 후에는 여름이 문제였다. 38도의 무더위 속에서 선수들이 힘들게 지냈다. 이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파 울기도 많이 울었다." "구단의 한 관계자는 10월부터 선수들을 팔려고 돌아다녔다. 어떻게 된 게 감독과 일언반구 없이 진행됐다. 어느 팀에서 갑자기 전화가 와서 '광주 선수들이 이적때문에 동요하고 있다'고 했다. 성적도 잘 나오지 않던 시점이라 미치는 줄 알았다. 선수들에게는 '시즌이 끝나고 이적하자. 좋은 결과를 내서 좋은 무대로 가는 걸 바란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한쪽 이야기만 들어서는 진실을 알 수 없다. 박단장도 할 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확실하다.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최 감독은 "K-리그에 처음 도입된 승강제에서 2부 리그 강등을 피하지 못한 것은 부덕의 소치"라며 자진사퇴를 한 상황이다.
김 감독은 지난달 28일 울분을 토로했다. 성남전이 끝난 뒤다. "강등 경쟁보다 사장이 사퇴를 하고 월급이 체불되고 있는 상황에서 선수들을 이끌고 가기 힘들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해결책이나 방법을 내지않고 구단주가 뒷짐만 지고 있는게 힘들었다. 조금만 나서서 정리하면 이 팀이 이렇게까지 될 리가 없었다. 구단주로서 자격도 책임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쪽 화살은 좀 더 높은 곳을 향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를 겨냥했다. 강원 축구단의 구단주다.
그의 말대로다. 9월부터 구단 프런트와 코칭스태프는 급여를 받지 못했다. 선수단 월급은 그나마 긴급대출과 지원금으로 해결하고 있다. 그런데도 도 의회는 못본 척이다. 오히려 방만한 운영 문제를 들어 구단 해체를 운운한다. 최 강원도지사는 꼼짝도 않고 있는 듯 하다.
강원 서포터스 나르샤도 참지 못했다. 지난달 30일 성명서를 발표했다. '현 구단주인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도지사 선거 유세 당시 강원 구단을 한국의 맨유처럼 키우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취임 이후 공약을 헌신짝 버리듯 던져 버리고 구단 운영에 대해 책임회피성 태도로 일관해왔다.' 그들의 주장이다. '구단주로서 강원 구단 정상화 대책을 마련하기보다 기자회견 및 도 행정감사 등에서 구단 2부리그 강등시 해체를 검토하겠다는 망발을 쏟아놓았다. 일련의 행동은 강원도정의 총책임자로서 그 자질을 의심케 하는 지경이다. 지난 9월 25일 회원들과 논의를 통해 도지사 앞으로 비공개 서면질의서를 비서실을 직접 방문해 접수했으나 반송된 이후 어떠한 입장표명도 없는 상황 속에 모욕감과 구단주에 대한 희망, 신뢰감은 산산히 깨져 버렸다.' 이쯤되면 극에 달한 분노다.
감독이 구단주를 공개적으로 비난한다? 정말 드문 일이다. 목을 내놓았다는 의미다. 이 추운 겨울에 말이다. 정말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문제의 두 구단은 시민구단이다. 그렇다면 시민구단의 문제일까. 하지만 시민구단이라고 다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보자. 대전 시티즌이 있다. 구단주는 염홍철 시장이다. 축구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다. 지원도 당연히 상당한 수준이다. 예산이 부족하다 싶으면 발벗고 나서서 스폰서를 구해준다고 한다. 최근 대전에서는 클럽하우스를 짓고 있다. 이 기간동안 선수들 숙소도 해결해 줬단다. 공무원 연수원인 인재개발원을 거의 공짜로 내줬다는 소문이다. 최문순 구단주와는 참 다른 듯 하다. 두 시장의 정치적 색이 무엇인지는 관심이 없다.
같은 시민구단인 대구FC도 있다. 김재하 사장에 대한 칭찬이다. 정말 발로 많이 뛴단다. 들은 것만 몇개 써본다. 이번시즌 중 추경예산 30억원을 확보해왔다고 한다. 지역을 돌며 크고 작은 스폰서들을 유치했다. 반면 선수단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감독의 고유 권한을 철저히 존중해준단다. 여러모로 비교가 된다.
결론이 나왔다. 시민구단의 한계가 가져온 문제가 아니다. 관심과 열정, 시민들에 대한 사랑의 문제다. 안그렇고서는 이렇게 다를 리 없다.
귀는 들으라고 있는 것이다. 눈은 보라고 있는 것이다. 마음은 애정을 가지라고 있는 것이다. 손과 발은 행동하라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본 기자의 생각에는 그렇다.
두 감독의 심정을 십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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