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도 잠시다. 가까스로 잔류에 성공한 시도민구단들은 내년 시즌 예고된 치열한 생존경쟁을 위한 고민에 빠졌다.
올시즌 K-리그는 사상 첫 강등팀을 가려냈다. 불명예의 주인공은 광주였다. 광주와 함께 치열한 순위싸움을 펼치던 대전, 강원이 환호를 질렀다. 당면과제였던 잔류를 달성한 기쁨을 누릴 틈도 없다. 스플릿 시스템이라는 치열한 전장을 경험한 구단들은 내년 시즌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내년 시즌은 14팀 중 최하위 2팀이 강등하고, 12위 팀이 2부리그 1위와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2.5장의 강등행 티켓이 예정돼 있다. 바늘구멍이다. 통과 확률도 낮은데 여건 역시 나빠졌다. 올 시도민구단의 겨울이 더욱 추운 이유다.
내년 시즌 예산 자체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올시즌 대다수의 시민구단이 강등되지 않기 위해 예년에 비해 많은 예산을 투입했다. 대부분 선수단 보강을 위해 사용됐다. 임금체불 등 부작용이 나온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경남의 경우 시즌 중 후원그룹 STX의 후원 금액 삭감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진통을 겪었다.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다음시즌에는 올해같은 투자가 이루어지기 쉽지 않다. 이미 몇몇 구단들이 동결 혹은 삭감을 통보받았다. 허리띠를 졸라 메야 하는 상황이다.
예산이 줄어들면 선수단 보강 작업에 직격탄을 맞는다. 벌써부터 올시즌 좋은 모습을 보인 시도민구단 선수들은 기업구단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 시도민구단은 올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선수들, 임대로 영입한 선수들 모두 잡고 싶지만 그럴 여건이 되지 않는다며 울상이다. 올 한해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한 외국인 선수들도 팀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 케빈 알렉산드로(이상 대전) 까이끼(경남) 등은 빅클럽들의 구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들을 이적료를 받고 내준다고 해도, 벌어들인 돈으로 더 좋은 선수를 영입할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올시즌 드래프트는 사상 최악이라고 할 정도로 대어급 선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 2부리그의 시작으로 그나마 괜찮은 신인급 선수들을 잡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기존 선수 영입이 어렵기도 마찬가지다. 올시즌 스플릿 시스템을 경험하며 더블스쿼드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좋은 선수는 내주지 않고, 그나마 시장에 나온 선수들에 대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몸값 폭등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여기에 서울, 수원, 전북 등 K-리그 빅3가 모두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성공해, 영입 싸움은 더욱 피튀길 것으로 전망된다. 스카우트들이 벌써부터 유럽과 남미를 돌아다니고 있지만, 외국인 선수 성공은 돈 뿐만 아니라 운도 따라야 한다.
시도민구단들은 일찌감치 다음 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대전과 대구는 시즌 종료 전에 감독교체를 결정했다. 새로운 감독으로 보다 빨리 준비에 들어가기 위해서다. 다른 시도민구단들도 예년보다 일찍 동계훈련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춥다고 한다. 시도민구단들은 제대로 이를 경험할 듯 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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