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에서는 '투 고'로 통한다.
고명진과 고요한, 24세 동갑내기다. 어릴 때부터 천부적인 재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둘 다 중학교를 중퇴하고, 프로에 발을 들였다. 학년이 1년 빠른 고명진은 2003년, 고요한은 이청용(볼턴)과 함께 2004년 입단했다. 나이는 어리지만 입단 연차로만 따지면 9~10년차로 서울에서 최고참이다. 고명진은 16세 때인 2004년, 고요한은 18세 때인 2006년 K-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그러나 세월은 야속했다. '미완의 대기', 그 한은 풀리지 않았다. 이청용이 한 발 앞선 사이 둘의 꽃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2010년 서울은 10년 만의 챔피언 환희에 젖었다. 입단 후 첫 우승 감격이었다. 하지만 한 발 비켜 서 있었다. 고명진은 9경기, 고요한은 7경기 출전에 불과했다. 지난해 서울의 산역사인 최용수 서울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운명이 바뀌었다. 최 감독은 어린 나이에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이들의 고통을 잘 알고 있다. 장, 단점도 꿰뚫고 있다. 둘을 향해 "잃어버린 세월을 똑똑히 기억하라"고 주문했다.
주변에서 중심으로 이동했다. 지난해 고명진은 24경기에 출전, 2골-7도움, 고요한은 19경기에서 3골을 터트렸다. 예열을 마쳤다. 최 감독은 올시즌을 앞두고 고요한에게 모험을 걸었다. 미드필더인 그를 수비인 오른쪽 윙백으로 보직을 변경시켰다. 고요한이 달라졌다. 처음으로 붙박이 주전 자리를 꿰찼다. 수비면 수비, 공격이면 공격, 거침없이 그라운드를 휘저었다. 빠른 스피드에 상대는 속수무책이었다.
고명진은 주장 하대성과 함께 든든한 중원을 구축했다. 중앙과 측면을 오가는 반박자 빠른 두뇌 플레이로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서울은 올시즌 44경기를 치렀다. 고명진은 39경기에서 1골-3도움, 고요한은 38경기에 출전, 1골-2도움을 기록했다.
최 감독도 이들의 부활이 기뻤다. 시즌 중간 함께 자리한 미디어데이에서 "명진이는 내성적이고 여성스럽다. 요한이는 정말 최고 못된 놈"이라고 평가했다. '못된 놈'은 '영악하다' 식의 최 감독 표현이다. 애정은 각별했다. "축구 지능만큼은 둘은 K-리그에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해외 진출 가능성도 가장 높은 친구들이다. 본인들이 또 노력을 많이 한다."
올해 서울은 2010년에 이어 다시 정상에 섰다. 고명진과 고요한은 조연이 아닌 주연이었다. 우승의 일등공신이었다. 그러나 마침표는 다소 씁쓸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K-리그 대상 시상식이 3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렸다. 서울의 잔칫상이었다. 데얀과 최용수 감독이 MVP(최우수선수)와 감독상을 수상했다. 베스트 11 중 5자리를 휩쓸었다. 그러나 고요한은 후보에 오른 서울 선수 중 유일하게 수상에 실패했다. 베스트 11 오른쪽 윙백 후보로 올랐지만 기자단 투표에서 김창수(부산)에게 밀렸다. 김창수가 44표, 고요한은 33표를 득표했다. 김창수는 런던올림픽 출전과 부상으로 K-리그 기록(26경기 출전, 2골)이 뒤졌지만 '동메달 프리미엄'을 누렸다. 시상식이 끝난 후 그는 가장 먼저 쓸쓸히 자리를 떠났다. 고명진은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투 고'는 시상식에는 없었다. 하지만 빛은 퇴색되지 않았다. 그들의 활약 덕분에 팀 동료들은 물론 최 감독은 행복한 시즌을 보냈다. 그들의 시대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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