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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진정한 철퇴'로 히로시마 격침해라

by 이지현 기자

아시아를 대표해 서게 된 세계 무대였다. 하지만 "첼시 나와!"라며 패기 넘치던 모습과는 달리 그저 아쉬움만 남겼다. 북중미 챔피언 몬테레이가 강한 탓도 있었겠지만, 제 힘으로 펼칠 수 있는 플레이를 선보이지 못하며 스스로 무너진 느낌도 굉장히 컸다. 이런 울산에 건네고 싶은 말, '철퇴다움'을 생생히 떠올리라는 것이다. 종적을 감췄던 특유의 힘과 높이, 탄력을 잃은 라인 컨트롤을 회복해 아시아를 때려부수던 '깡패'다운 모습으로 히로시마를 격침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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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퇴'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김신욱의 높이에 이근호, 하피냐, 마라냥의 득점력일 수도 있는데, 이 화끈한 공격력의 근원엔 탄탄한 수비가 있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국가대표 버금가는 플랫 4를 보유한 울산은 2011 시즌 K리그 최소 실점 공동 1위의 위업을 달성했다. 하지만 올 시즌 중반 최재수를 보내고 들여온 최성환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부터 슬슬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설상가상 클럽 월드컵을 앞두고선 강민수까지 쓰러져 비비 꼬인 실타래는 회복 불능의 상태로 접어들었다.

우려했던 부분은 현실이 됐다. 지난 경기 3골이나 내주며 무너진 수비진의 가장 큰 문제는 '공간을 너무 쉽게 주었다는 것'. 위 캡처는 전반 9분 울산이 첫 골을 내주는 장면인데, 이처럼 수비형 미드필더 라인과 수비 라인 사이가 벌어져 상대 팀 선수와 볼이 이 공간을 자유자재로 드나들었던 것이 뼈아팠다. 이 공간으로 진입한 상대는 연계 플레이 혹은 직접 마무리 등 입맛에 맞게 골라 먹을 수 있는 다양한 공격 옵션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최종 수비 라인이 형성된 지점과 골키퍼 김영광 사이에 또 공간이 생겨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곤 했으니, 결국엔 앞선에서 배수진을 친 비장한 각오로 어떻게든 승부를 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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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중앙을 잘 지탱해온 에스티벤-이호 라인으로는 상대를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커팅의 귀재' 에스티벤조차도 무기력해 보였으니 할 말 다한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김승용-김신욱-이근호에 하피냐까지, 앞선에 위치한 선수들이 조금 더 많이 뛰어줘야 한다는 답이 나온다. 상대가 후방에서 공격을 쉽게 시작하지 못하도록 보다 높은 선에서부터 숨통을 옥좨야 하고, 앞 저지선이 무너졌을 땐 재차 수비 대형에 동참, 또 다른 저지선을 형성해 수비수 동료들과의 공간을 좁혀줘야 한다. 이것은 수비적인 공헌과 동시에 공격 전환 시 동료들 간의 거리를 좁혀 패스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전문적으로 수비적인 임무를 맡은 선수들에게도 더욱 높은 강도의 분발이 요구된다. 김영삼-김치곤-곽태휘-이용으로 구성된 플랫 4에서의 왼쪽 진영은 안정감이 굉장히 부족해 보였다. 김호곤 감독은 후반 11분 김영삼 대신 이재성을 투입해 공백을 메웠는데, 문제는 이번 경기에서 내릴 수 있는 선택의 폭도 그리 넓지는 않다는 것이다. 강민수의 부상 공백을 아쉬워할 겨를조차 없는 긴박하고도 중요한 토너먼트 대회, 신인 선수들에 대한 카드를 과감히 꺼내 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누가 뛰게 되든 상대가 박스 내에 진입한 뒤엔 악착같이 들러붙어 맨마킹에 대한 책임을 져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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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L 조별 예선에서 우승까지, 총 12경기에서 27골이나 퍼부은 공격력이 무기력했음도 큰 아쉬움이었다. 특히 철퇴 축구의 핵심, 김신욱의 머리를 겨냥하는 굵은 선 축구가 안 먹힌 데에 울산은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었다. 이번 히로시마전도 다르지 않다. 몬테레이처럼 상대 선수 2~3명이 동시에 사방에서 점프하며 헤딩의 타점을 방해한다면 신장의 이점에도 김신욱은 힘을 못 쓸 수 있다. 2002 한일 월드컵 독일전 당시 수없이 날아오르며 성가시게 구는 최진철 앞에서 클로제가 침묵했던 것처럼 말이다.

골이 필요한 경기, 일단은 '2차 싸움'을 보다 늘려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신욱을 겨냥한 공격이 완전히 봉쇄된 건 아니었음을 떠올려보면, 우선은 주위 선수들이 세컨드 볼 차지에 조금 더 공을 기울여 일말의 기회라도 살려낼 수 있어야 한다. 상대는 울산이 이러한 패턴으로 ACL의 왕좌까지 거머쥐었다는 것을 무척이나 잘 알고 있을 터, 알면서도 당하게 하려면 공격수 간의 거리를 좁혀 상대가 볼을 가로챌 수 있는 공간을 최소화하는 방법밖엔 없다. 컴팩트한 공격만이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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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플랜 A로 통하던 공중볼 스타일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위 캡처는 측면에서 볼을 잡은 이용이 패스할 곳을 찾지 못해 무리한 돌파를 시도하다 결국 제 스피드를 이기지 못해 볼의 소유권을 잃는 장면이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경기 울산은 무척이나 빠르게 조직적인 압박을 펼쳤던 상대에게 무참히 깨졌다. 수비수 3~4명을 거뜬히 벗겨 낼 수 있는 메시가 없는 울산이 지향해야 할 공격의 키워드는 '좁게', '함께', '빠르게'다. 선수들 간 간격을 좁히고, 함께 싸워주며, 조금 더 빠른 볼 처리가 필요하다. 물론 앞서 언급한 수비적인 공헌과 더불어 공격적인 가담까지 해주려면 공격수들이 조금 더 많이 뛰어줘야 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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