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추운 겨울이다. 감독들을 향한 칼바람이 매섭다. 성적의 잣대에 예외가 없다.
9명이 경질됐다. 절반이 넘는다. 성남으로 자리를 옮긴 부산 안익수감독까지 치면 열자리다.
"모두들 훌륭하신 분들인데 마음이 아픕니다. 남의 일이 아니죠."
같은 감독의 입장에서 분명 '남의 일'이 아니다. 시즌 초만 해도 같은 운명을 예감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 당분간이라는 말이 정확하겠다. 당분간은 팀의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다. 인천 김봉길 감독이 그렇다. 이번 겨울에 선택받은 몇 안되는 감독이다.
"이제는 다리 쭉 뻗고 주무시죠"라고 인사를 건넸다. 아니란다. "선수구성 때문에 걱정이 많아요. 구단과 상의를 하고 있는데 쉽지가 않네요. 푹 잠잘 수 있는 팔자는 아닌가 봐요." 웃는다. 시즌 중에 "밤에 잠을 제대로 자 본 적이 없다"던 김감독이다.
4월11일 대행으로 바통을 이어받았다. 허정무 감독의 후임이었다. 강등에 대한 부담에 짓눌렸다. 9경기 동안 이기질 못했다. 너무 힘들었다. 그만둘까도 생각했다.
6월23일, 드디어 첫 승을 거뒀다. 상주를 눌렀다. 서포터스의 축하에 눈물도 났다. 그 때 "이 맛에 감독하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과거(?)를 돌이켜보면, 올시즌은 성공이다. 그룹B에서 선두를 지켰다. 종합 9위다. 높지 않지만, 정말 선전이었다.
"만족할만한 성적은 아니지만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뛰어줬습니다. 정말 감사하죠. 무엇보다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시즌을 마무리하게 돼서 다행입니다."
마지막 경기가 아쉽기는 하다. 19경기(상주전 몰수승 포함, 12승7무) 무패 행진이 깨졌다. 강원에 발목이 잡혔다. 김 감독은 "무패에 대한 중압감을 떨쳐낼 수 있어 다행이죠. 내년에 다시 도전해야죠"라고 했다. 그래도 시원섭섭하다.
문제는 내년이다. 올해의 성공이 부담이 될 수 있다. 기대치가 높아졌다. "저도 내년에는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거잖아요." 부담을 그대로 드러내는 말이다.
앞서 언급했던 전력구성이 쉽지 않다. 시민구단의 한계를 느낀다. "구단에서 최소한 올 전력을 유지한다는 의지가 강해요. 외국인 선수도 비싼 몸값을 치르기는 어렵지만 신중하게 선택해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최선을 다해야죠. 다른 팀들이 보강을 많이 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렇다고 해도 전력이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김봉길 축구'는 전력 이상의 것을 보여줬다. 패스 위주의 스피드한 축구가 자리를 잡았다. 이에 대한 김감독의 평가는 70점이다. "선수들이 많이 적응을 했습니다. 제가 원하는 모습의 70%정도는 해준 것 같아요. 내년에는 더 완벽한 모습을 보여줘야죠."
누가 봐도 올해 인천은 '성공작'이다. 내년에도 돌풍이 이어질까. 김감독의 어깨가 가벼워질 날이 없다.
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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