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노란 머리카락을 잘라냈다. 군입대를 위한 마지막 준비였다.
'이글' 이근호(27)가 17일 오후 1시 30분 논산훈련소에 입소한다. 향후 2년 간 군인 신분으로 상무 축구단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게 된다.
마지막 논산행이 결코 외롭지 않다. 올시즌 울산에서 한솥밥을 먹던 이 호와 이재성도 동반 입대한다. 또 팀 동료들이 끝까지 함께 해주기로 했다. '절친' 김승용 고슬기 등이 논산까지 동행한다. 이근호는 인천 본가에서 부모님과 함께 아침식사를 한 뒤 훈련소로 떠난다.
착잡함은 덜하다. 입대 계획은 이미 일본에 있을 때부터 세워놓았다. 막다른 골목에 몰려 어쩔 수 없이 군대에 가는 것이 아니기에 마음의 준비는 충분히 끝내놓았다. 때문에 올시즌 군입대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크게 부담되는 것은 없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의무"라며 담담함을 보였다.
그래도 아쉬움은 남는다. 기량이 물이 오를대로 올랐기 때문이다. A대표팀에서 8경기에 출전, 3골을 터뜨렸다. 최강희호의 주전 윙어였다. K-리그에서 33경기에서 8골-6도움을 올렸다. 특히 '철퇴축구' 울산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견인했다. 4골-7도움을 기록했다. 챔피언스리그 MVP(최우수선수)에도 뽑혔다. 덕분에 아시아 최고의 선수에 선정됐다. 아시아 챔피언의 자격으로 클럽월드컵에도 출전했다. 북중미 대표 몬테레이(멕시코)전에서 멋진 중거리 슛을 작렬시키기도 했다. 아시아 클럽 선수로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을 다 누렸다. 군입대 순간이 최절정의 시점과 맞물린 것이 다소 아쉬운 점이다.
김호곤 울산 감독도 같은 마음이었다. 그래서 이근호에게 군입대를 한 해 미루자고 제안했었다. 그러나 이근호는 단호했다. 더 이상 군대의 의무를 미루고 싶지 않았다. 예행 연습도 마쳤다. 두 달 전 이미 군복무를 마친 고슬기의 군복을 입고 거수경례도 배웠다.
아쉬움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한다는 설레임도 교차한다. 확실한 목표가 설정돼 있다. 2년을 허투루 보내지 않겠다는 의지다. 첫 번째 목표는 '복근 만들기'다. 몸 관리를 철저하게 하겠다는 의미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출전을 대비한 전략도 깔려있다. 이근호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 최종엔트리에서 탈락한 쓰라린 경험이 있다. 상무에서 꾸준한 경기력과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 같은 실수는 저지르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마지막 목표는 '영어 공부'다. 제대 이후 유럽 진출을 노리고 있다. 아픔도 겪었다. 2010년 유럽 진출에 실패했다. 반드시 해외진출만 염두해둔 계획은 아니다. 2년 뒤 2015년을 자신의 축구인생의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근호의 군입대는 정체가 아닌 발전이 될 듯하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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