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최고의 스파이커였다. 날아오르면 상대팀 블로커들은 어쩔 줄 몰라했다. 세 명이 블로킹을 떠도 개의치 않았다. 빠르면서도 파워넘치는 스파이크로 볼을 코트에 내리꽂았다. 국가대표팀에서도 맹활약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는 한국에 금메달을 선사했다.
이제는 다 지난 일이다. 마흔살을 바라보고 있는 그는 코트 안보다 밖에 있는 시간이 더 많다. 자신보다 열다섯살이나 어린 선수들과 함께 코트 밖 웜업존(warm up zone)에서 경기를 지켜봐야만 한다. 한 세트에 많아야 2~3번 들어간다. 공격은 좀처럼 하지 않는다. 임무는 상대의 스파이크를 막는 것이다. 서브권이 바뀌면 다시 교체된다. 원포인트 블로커. 리그를 주름잡던 스타 공격수에서 원포인트 블로커로 변신한 그는 바로 후인정이다. 후인정을 만났다.
자존심 보다는 행복
2011년 여름 KOVO컵이었다. 점프한 뒤 착지하는데 왼쪽 발 뒤꿈치에서 소리가 났다. 오프시즌에 다쳤던 부위였다. 통깁스를 했다. 두달간 움직이지 못했다. 2011~2012시즌 후반기가 돼서야 깁스를 풀었다. 코트에 돌아왔지만 자리가 없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은퇴를 생각했다. 구단 내부에서도 은퇴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고민을 많이 했다. 결단을 내렸다. 코트를 버릴 수 없었다. 후인정은 "지금 은퇴하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것 같았다.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했다"면서 당시를 기억했다.
1년의 시간을 얻었다. 원포인트 블로커였다. 최고의 스타였던만큼 허탈함이 클 수도 있었다. 후인정은 개의치 않았다. 뛸 수만 있다면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자존심이 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면서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자존심보다는 운동하는 것이 더욱 즐겁고 행복하다. 경기에 못 나가더라도 팀이 이기거나, 아니면 이기는 경기에 내가 들어가서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면 즐겁다"고 했다. 중독이라고 했다. 30년 가까이 해온 배구다. 훈련할 때나 경기할 때 제일 편안했다. "운동을 안한다면 이런저런 스트레스로 힘들었을 것이다.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했다.
웜업존에서 새 인생을 웜업한다
후인정에게 웜업존 생활은 새로운 경험이다. 인창고 3학년 때 공격수로 전향한 뒤 늘 주전이었다. 1996년 현대자동차써비스에 들어간 이후에도 주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언제나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서있었다.
낯설지만 웜업존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배구를 더욱 넓은 관점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코트 안에서는 자신이 중심이었다. 세터가 올려주는 볼을 잘 때리면 그만이었다. 이제는 다르다. 경기 전체를 보는 눈이 생겼다. "상황에 맞는 전술을 나름대로 보게 되더라"고 했다.
후보 선수들과 살을 부대끼면서 팀에 대한 생각도 다시 하게 됐다. 후보 선수들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틈이 날 때마다 후배들에게 "팀에서는 주전, 후보가 중요하지 않다. 후보가 있으니까 주전이 있다. 우리는 승리라는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팀이다"라고 강조한다. 후인정은 "지금의 웜업존 생활은 너무나 소중하다. 언제가될지 모르지만 은퇴 후 지도자 생활을 하는데 큰 경험이 될 것이다. 웜업존에서 새 인생을 웜업하고 있다"고 했다.
화려한 3초를 위해 오늘도 달린다
남은 현역 생활이 얼마나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욕심같아서는 2~3년 더 하고 싶다. 그러나 몸상태나 팀의 상황 등이 맞아 떨어져야 한다. 매 경기가 후인정에게는 결승전이다. 목표를 세웠다. 멋있게 은퇴하는 것이다. "은퇴할 때는 멋있게, 팬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은퇴를 하고 싶다"고 했다.
해답은 우승이다. 후인정은 2005~2006, 2006~2007시즌 현대캐피탈의 우승을 이끌었다. 우승의 맛을 안다. 이후 우승이 없다. 은퇴 전 다시 맛보고 싶어했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삼성화재가 1라운드부터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따라잡을 수 있다. 이미 2라운드에서는 현대캐피탈이 삼성화재를 잡았다. 후인정은 "우리팀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만 제대로 보여준다면 우승할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우승 가능성은 51%다"라고 말했다.
열쇠는 후인정 자신이 쥐고 있다고 했다. 51% 가운데 1%가 자신의 몫이라고 했다. 승부처에서의 블로킹 한방이다. 후인정은 "항상 챔피언결정전 마지막 경기 마지막 세트를 상상한다. 13-13에서 원포인트 블로커로 들어가서 2연속 블로킹에 성공하는 꿈을 꾼다. 블로킹 한 번 하는데 3초 정도 걸린다. 그 화려한 3초를 위해 나는 또 달리고 달린다"고 했다.
공약도 내걸었다. 후인정은 "10월 미디어데이에서 팀 대표로 나섰던 권영민이 '우승하면 선수들의 상의를 벗기겠다'는 공약을 했다. 여기에 하나를 더 첨가하겠다. 상의를 탈의한채로 춤을 추게 하겠다. 꼭 지켜봐달라"고 약속했다.
용인=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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