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을 최대한 편안하게 해드려야 한다."
올시즌 최하위에 그친 한화 이글스의 내년 시즌 성적은 어떻게 될까. 한화 구단은 시즌이 끝난 뒤 우승 청부사 김응용 감독을 영입했다. 김 감독은 지난 2004년 삼성 사령탑에서 물러날 때까지 통산 10차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명장이다. 한화가 김 감독을 '모셔온' 배경에는 이같은 우승 경험과 노하우가 자리잡고 있다. 카리스마와 용병술, 위기극복능력에서 김 감독을 따를 후보는 없었다. 이미 김 감독은 지난달 서산에서 열린 마무리 캠프를 지휘하며 선수들의 면면을 파악하는 등 적응에 나섰다. 최고참 강동우를 비롯해 대부분의 선수들이 참가해 김 감독의 지휘를 받으며 내년 부활을 다짐했다.
그러나 12월은 비활동기간이다. 한화 선수들은 자율적으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김 감독 역시 서울과 대전을 오가며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떻게 보면 감독이나 선수들 모두 내년 전지훈련에 앞서 전력을 구상하거나 마음을 다잡는 기간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시점이 시점이니만큼 구단에서 마련한 행사들도 많다. 선수들은 이웃돕기, 지역 아마야구 지원 행사 같은 커뮤니티 활동을 해야하는 시기다. 대부분 스타급 선수들이 참석한다. 간혹 감독과 코치들이 참석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한화는 김 감독에 대해서는 전혀 참석을 요청하지 않는다. 한화 정승진 사장은 "프로구단이면 사회봉사활동도 열심히 해야 한다. 우리도 학교폭력, 다문화가정 문제, 여성문제, 노령화문제, 아동복지문제와 관련된 행사를 작은 부분이나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열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감독님에 대해서는 편하게 해드리려고 하고 있다. 지금은 새로 오신만큼 선수들을 파악해야 하고 또 내년 구상도 하시는 등 바쁘실 것이다. 구단 행사는 가급적 선수들 위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이미 마무리 훈련이 끝난 후 프런트에 김 감독에 대해서는 가급적 행사 참가 부탁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김 감독 뿐만 아니라 김성한 수석코치를 비롯한 코칭스태프에 대해서도 구단 행사에는 부르지 말라고 했다. 정 사장은 "선수들만 참가해도 되는 행사들이 많다. 감독님께서 야구에만 전념하실 수 있도록 프런트에 그렇게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구단 차원에서 새 감독에 대해 배려를 하는 것이 도리라는게 정 사장의 설명이다.
물론 감독의 연말 일정에 대한 구단의 자세가 한화만 그런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구단들이 감독의 연말-연시 업무에 대해서는 간섭하지 않는다. 편하게 휴가를 즐기는 감독이 있는가 하면, 자율훈련기간 동안 연습장을 찾는 감독도 있다. 어떤 것이 됐든 내년 시즌 구상에 몰두하는 것은 감독들의 공통된 연말 업무다.
하지만 김 감독의 경우는 약간 다르다. 현장을 떠난지 8년만에 돌아왔다. 또 한화는 김 감독이 처음 맡는 팀이다. 선수들을 분석하고 전력을 높일 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좀더 편한 분위기에서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기 때문에 구단 차원에서 배려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정 사장은 "사회봉사활동도 팀성적이 좋아야 더 빛이 나지 않겠는가. 감독님께서 마음 편하게 구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프런트의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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