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A매치 출입관련 각언론사별 취재자격은 축구팀으로 제한됩니다.'
튀니지전을 하루 앞두고 대한축구협회가 각 언론사에 보낸 공지다.
4년마다 반복되는 홍역 때문이다. 매번 축구와 상관 없는 연예-예능 프로그램 탓에 진땀을 흘렸다. 질문 내용은 대개 경기와 상관없는 가십이나 해당 프로그램 홍보였다. 경기장,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를 들락날락한다. 결전을 앞둔 A대표팀 입장에선 축구 외로 이슈가 되는 게 독이다. 정제되지 않은 말 때문에 선수단 분위기와 경기력에 악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때문에 홍명보호도 지난 12일 파주에서 소집된 후 축구협회 등록 언론사 외에는 취재를 금지시켰다. 출입인원도 이번 월드컵, 축구 관련으로 한정 짓기로 했다. 튀니지전도 이 원칙을 철저히 적용하겠다고 했다.
원칙은 철저히 깨졌다.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선 난장판이 펼쳐졌다. TV예능 프로그램 출연진부터 연예 VJ, 리포터가 홍명보호를 가로 막았다. 안전요원이 '축구협회 출입증이 없는 이들은 나가달라'고 외쳤으나 소용 없었다. 어디선가 구해 온 출입증이 이들의 목에 걸려 있었다. 출입증이 없는 이들도 막무가내로 버텼다. 튀니지전에서 석패한 선수들 대부분이 짧게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버스에 올랐다. 하지만 가만 놔두지 않았다. 버스로 향하는 선수들의 팔을 붙잡고 카메라 앞으로 데려가 의미없는 질문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체육을 주제로 한 방송 예능 프로그램 타이틀이 큼지막하게 붙은 마이크가 선수들 얼굴 밑으로 향하기도 했다. 일부 선수들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질문에 응하긴 했으나,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박주영(아스널)은 거듭된 고사에도 팔을 붙잡혀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질문 공세에 시달리던 기성용(스완지시티)은 "버스 타러 가야 한다"고 말한 뒤 자리를 뜰 수 있었다. 축구협회의 통제력은 상실됐다.
문제는 앞으로다. 홍명보호는 30일 미국 마이애미로 출국해 내달 11일까지 전지훈련을 한 뒤, 6월 12일부터 본격적인 브라질월드컵 일정을 소화한다. 이 기간 일부 예능 프로그램 출연진과 연예인들이 현지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전을 코앞에 두고 튀니지전과 같은 상황이 펼쳐질 경우 제대로 된 훈련이 진행되긴 힘들어 보인다. 태극전사들이 월드컵에 나가는 이유는 '예능'을 위한 것이 아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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