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 휘슬을 잡은 최용수 서울 감독은 '재'를 뿌리지 않았다.
"딱 두 번만 휘슬을 불 것이다. 두 명만 내보내면 된다. 흥행에 찬물을 끼얹겠다." 레드카드 2장을 예고했다. 칼날은 히딩크 감독과 박지성에게 향했다.
히딩크 감독에게는 '한'이 있다. 그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 발탁됐지만 미국과의 조별리그 2차전 교체출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최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준비를 많이 했는데 경기에 잘 내보내 주지 않았던 만큼 끝까지 복수할 것이다. 그 분은 벤치가 아니라 단상에서 경기를 보셔야 할 분이다. 바로 올려보내 드리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박지성에 대해서는 '배려'였다. 최 감독은 "큰 일을 앞두고 다치면 안 된다. 박지성이 누구인가. 대한민국 국보 아니냐. 새 신랑 보호 차원에서 빨리 경기장 밖으로 내보내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걸어서만 들어오라'는 예비신부의 당부를 실천해주겠다는 최 감독의 화답이었다. 박지성은 27일 결혼식을 올린다. 그러나 박지성도 이미 불합리한 판정에 대해 평소대로 주심에게 '욕'을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최 감독은 전권을 쥐었지만 남발하지 않았다. 그의 약속도 '공수표'였다.
K리그 올스타 with 팀 박지성이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박지성이 후반 김재성과 교체되며 그라운드로 들어가고 있다.상암=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7.25/
다만 재치는 넘쳤다. 후반 시작과 함께 스로인 파울을 범한 '팀 박지성'의 현영민을 불러세웠다. 이어 경고, 퇴장 카드를 두 손에 집어들고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라'는 시늉을 해 상암벌을 웃음으로 물들였다. 후반 6분엔 득점에 성공한 뒤 빨랫판 복근을 과시하던 임상협에게 다가가 가차없이 경고 카드를 꺼내들면서 시샘했다. 후반 11분 단 한 차례 박지성을 괴롭혔다. 박지성이 교체로 들어서려하자 '안된다'고 손을 절레절레 흔들었다. 관중들의 폭소와 야유가 터지지 그제서야 교체 사인을 줬다. 박지성은 황당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부심 역할도 했다. 후반 31분 '팀 K-리그'의 오프사이드 상황에서 이상윤 성남 감독대행이 깃발을 들지 않자 스스로 휘슬을 불었다. '팀 박지성'의 이천수가 마지막 골을 터트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순간 김봉길 인천 감독이 깃발을 들었다. 그러나 무시했다.
'팀 박지성'은 최 감독 덕에 6대6으로 비겼다. 히딩크 감독과 박지성을 내보내지 않았지만 최 감독은 축제의 감초 역할을 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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