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우울한 수요일(6일) 밤이었다.
2014년 8월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은 호흡을 멈췄다. 콘서트장으로 변신한 2002년 한-일월드컵의 성지 상암벌은 참혹한 K-리그의 얼굴이었다. 예고된대로 본부석 반대편의 '황금 자리' E석에 팬들은 없었다. 9일과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 2014' 콘서트의 무대와 대형 스크린 3개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반쪽 무관중 사태'에 누구도 웃을 수 없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일전을 앞두고 "승패는 둘째다. 이런 상황에서 손님을 맞이해 죄송하다. 울산과 팬들에게 죄송할 따름이다. 분명 K-리그도 할 수 있다. 슈퍼매치(7월 12일·4만6549명)나 레버쿠젠과의 친선경기(7월 30일·4만6549명)에서 이를 증명했다. 주중에도 충분히 4~5만명의 관중을 끌어모을 수 있다"며 아쉬워했다. 그리고 "나중에는 W석(본부석)까지 내달라고 하면 어떡하나. 결코 잊을 수 없는 일"이라고 아파했다.
팬들도 화났다. 휘슬이 울리자 서울 서포터스 수호신은 3분간 침묵 시위를 했다. 7개의 플래카드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다목적 잔디광장', '다음번엔 골프?', '대한민국 축구 현실', '축구장에선 축구가 우선', '중계도 X, 자리도 X ??, 'E-side BREAK', '지못미 , 서울WCㅠㅠ' 등으로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오늘을 '규탄'했다.
양팀 선수 명단, FC서울 포진도, 응원가 등으로 대형 스크린을 채웠지만 '무생물'이었다. 팬들의 가득한 함성만 못했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참사였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으로 한국 축구는 수렁으로 빠졌다. K-리그가 유일한 회생 통로였다. 바람은 콘서트장으로 무너졌다. 원죄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운영하는 서울시설관리공단에 있다. 서울특별시의 산하에 있는 공단이 '자본의 논리'에 휘둘리며 상암벌을 맘대로 휘저어버렸다.
K-리그의 주권을 빼앗긴 서울도 자유로울 수 없다. 합의를 안했다면 '반쪽 무관중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K-리그 간판 구단은 존재하지 않았다. E석의 봉쇄와 빗속에도 1만2551명이 입장한 팬들만 위대할 뿐이었다.
스스로 버린 자존심은 경기에서도 투영됐다. 서울은 후반 7분 카사가 경고 2회로 퇴장당하는 수적 우세를 누리지 못하고 울산에 0대1로 패했다. 경기 전 울산과의 승점 차가 2점이었다. 승리하면 6위 고지를 밟을 수 있었다. 실패했다. 7위(승점 22)를 유지했지만 울산(승점 27)과의 승점 차는 5점으로 벌어졌다.
울산을 수렁에서 건진 주인공은 1m96의 주포 김신욱이었다. 명불허전이었다. 후반 13분 골문을 열었다. 반데르의 크로스를 헤딩으로 화답하며 8호골을 기록했다. 그는 지난달 19일 경남전에서 결승골을 터트린 후 3경기 만에 득점포를 재가동했다.
결국 자업자득이었다. 서울은 경기에서도 지고, 팬심도 잃어버린 하루였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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