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연을 마친 뮤지컬 '살리에르'.
타이틀 롤을 맡았던 배우 최수형의 얼굴살은 쑥 내려앉아 있었다. '천재' 모짜르트에 대한 열등감. '살리에리 증후군'이란 용어를 대중화시킬 만큼 극단적 2인자의 심리상태를 무대 위에 게워내느라 소모한 에너지. 그 덕에 무대는 뜨거움으로 꽉 채워졌지만, 그의 위 속은 차가움 속에 텅 비었다. "살리에르 배역을 위해 공연 전에 뺐다"는 말보다 더 많은 지방이 무대 위로 뿜어낸 뜨거운 입김 속에 넘실 녹아내렸다.
무대 위의 최수형. 마치 하루살이 같았다.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모아 하룻 저녁 무대에 모두 쏟아낼듯 발산했다. '저렇게 진을 다 빼고 과연 내일 공연이 가능할까' 싶었을 정도. 그만큼 열등의 에너지 발산은 결코 쉽지 않은 표현이었다.
무대 위 최수형은 태양의 에너지를 품은 배우였다. 절대온도의 열감으로 단숨에 모든 것을 녹여버렸다. 공연을 모두 마친 살리에르. 주유표시등의 깜빡임이 예상되는 시점. 남은 에너지가 있을까. 고요를 채워가며 누리를 향해 은은하게 퍼져가는 산사의 종소리처럼 영원함의 뇌리를 울리는 전율. 한마디 소감으로 남았다.
"2014년 여름은 잊지 못할 것 같아요. 평생 살리에르를 잊지 못할 것 같고 공연 기간 동안 너무 행복했고 감사했습니다."
뮤지컬 '카르멘' 이후 5개월 만의 뮤지컬 무대. 그의 연기를 단 한번이라도 지켜본 관객은 안정된 톤의 연기력과 폭풍 가창력에 흠뻑 취한다. 그 잔상은 고스란히 뇌리에 남는다. 뮤지컬 계 정상급 배우라는 인식의 투여는 단 한번의 공연 주사로 충분하다.
뮤지컬 '아이다', '카르멘', 연극 '클로저' 등 다양한 공연 무대를 통해 강렬한 개성의 연기 족적을 세상에 남긴 최수형. 조심스레 영역 확장을 모색중이다. 최근 자동차 CF를 통해 광고 모델로 데뷔한 그는 드라마와 영화 쪽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사극이나 블록버스터 속 강렬한 악역이나 연속극 속 자상함과 남성적 넉넉함을 두루 갖춘 멋진 남자. 상반된 두가지 이미지가 묘하게 모두 잘 어울린다. 이만한 배우 찾기도 쉽지 않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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