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결은 철저한 준비였다.
K-리그 챌린지(2부리그) 소속의 안산 경찰축구단에서 꾸준히 경기를 뛰었다고 하나, K-리그 클래식(1부리그)은 전혀 다른 무대다. 그에게 적응의 시간은 필요 없었다. 단숨에 인천의 넘버1 골키퍼로 자리잡았다. 인천은 그의 활약 속에 다시금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돌아온 인천의 수문장 유 현(30) 이야기다.
유 현은 지난달 말 전역했다. 사회인이 된지 한 달도 안됐다. 남들 같으면 사회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은 기간이다. 그런데 유 현은 전역 후 단 3일만에 경기에 투입됐다. 김봉길 인천 감독은 "전역하고 3일 밖에 안된 선수를 주전으로 기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근데 훈련하는 모습을 봤더니 준비가 잘돼 있더라. 그래서 선발로 내보내기로 했다"고 했다. 유 현은 김 감독의 기대에 딱 부러지는 활약을 펼쳤다. 전역 후 첫 선발로 나선 1일 수원전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클래식 29라운드 MVP에 선정됐다.
이 후 주전 자리를 꿰찬 3경기에서 단 2골만을 내주는 짠물 수비를 펼쳤다. 이 기간 인천은 2승1무의 상승세를 탔다. 유 현은 "사실 걱정이 많았다. (권)정혁이형이 워낙 잘하고 있었다. 골키퍼는 수비진과의 조직적인 호흡이 굉장히 중요한 포지션이다. 바로 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경기장에 들어서면서도 혹시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은 있었다고 했다. 이유가 있다. 유 현은 "전역하기 전에 준비를 많이 했다. 인천 경기도 많이 봤고, 웨이트 트레이닝도 많이 했다. 몸무게도 4~5㎏을 빼 최상의 몸상태를 유지하려 애썼다. 그래서인지 적응하는데 별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대다수의 선수들이 마찬가지겠지만, 그에게도 군생활은 큰 터닝포인트가 됐다. 유 현은 "더 부담없이 경기에 임했던 것 같다. 안산에 좋은 선수들이 워낙 많아서 연습할때 더 배우는게 많았다"고 했다. 가족들은 그를 지탱해준 힘이었다. 유 현은 "아이가 이제 네살이다. 제일 귀여울때 군대에 왔다. 아내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것이 참 미안했다. 그래서 '여기서 잘해서 클래식으로 돌아가자'고 이를 악물었다"고 했다. 높아진 챌린지의 수준도 그가 발전한 원동력이었다. 유 현은 "처음 시작할때만 해도 솔직히 챌린지 무대의 수준이 높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클래식 하위권팀과 챌린지 상위권팀은 비슷한 수준이다. 그래서 클래식에 와서도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고 했다.
클래식 연착륙에 성공한 유 현은 "일단은 강등권 탈출이 먼저다. 그다음에 꿈같은 이야기지만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뛰어보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대표팀에도 한번 가보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유 현의 축구 인생 2막이 시작됐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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