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심 끝에 나온 한 수, 근데 그 수가 완전히 맞아 떨어졌다. 타격 침체로 고전하던 넥센 히어로즈가 처음으로 '빅이닝'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라인업에 손을 댔다. 그동안 벤치에 대기하던 외국인 타자 로티노를 2번-좌익수로 배치하고, 기존의 2번타자 이택근을 7번 타순으로 내렸다. 지명타자 이성열은 8번 타순으로 내려갔다.
경기 전 염 감독은 이날 아침 7시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많은 라인업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고. 결국 고심 끝에 나온 라인업, 염 감독은 "짧은 시간 안에 타순에 변화를 주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잘 풀렸으면 좋았겠지만, 잘 안 풀리지 않았나"라며 라인업 변동이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밝혔다.
1,2차전에서 9타수 무안타로 부진하던 이택근에게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고육지책. 외야 수비의 중요성이 커지는 잠실구장임에도 로티노의 부족한 수비 대신 공격력에 초점을 맞추고, 과감하게 라인업을 바꿨다.
염 감독은 이에 대해 "로티노는 어제 특타에서 감이 괜찮았다. 공격 쪽에 더 비중을 두는 게 맞는 것 같다. 택근이는 부담이 좀 있는 것 같아 편안하게 7번으로 내렸다"고 설명했다. 로티노를 투입하면서 하위타선이 강해지는 효과도 있었다. 지명타자 이성열이 8번 타순에 배치됐다. 상대적으로 강해 보이는 타순이 완성됐다.
염 감독의 라인업 변경은 5회말 빛을 발했다. 1-0으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5회 선두타자 김민성이 중전안타를 치고 나갔다. 이택근의 중전안타가 이어져 무사 1,2루. 이성열 타석에서 작전이 나왔다.
초구에 시도한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는 파울로 실패. 2구째 볼이 들어온 뒤 3구째엔 다시 번트를 시도했다. 하지만 이성열의 번트 타구가 3루 파울 라인을 넘어갔다. LG 3루수 손주인이 타구가 파울 라인을 넘어갈 때까지 기다렸다.
하지만 이는 전화위복이 됐다. 이성열은 리오단의 4구째 바깥쪽 낮은 코스로 들어온 직구를 받아쳐 우중간을 가르는 적시 2루타를 날렸다. 주자 2명이 모두 홈으로 들어왔다. 3-0. 7,8번에서 터진 연속 안타. 염 감독이 하위 타순이 강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한 게 그대로 적중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박동원이 우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날려 추가점을 뽑았다. 결국 LG 선발 리오단은 이 안타를 끝으로 강판됐다. 넥센은 서건창의 희생번트로 만든 1사 3루서 로티노의 적시 2루타까지 이어져 5회에만 4득점했다.
이택근, 이성열에 이어 로티노의 쐐기타까지 터지면서 염 감독의 승부수가 모두 적중한 셈이 됐다. '타격의 팀' 넥센 방망이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잠실=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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