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들하지? 오늘 오후 훈련은 '휴식'이야."
프로야구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하는 것은 기본이다. 치열한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남들 이상으로 땀을 흘려야 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잘 쉬는 것' 역시도 중요하다. 적절한 휴식은 새로운 힘을 낼 수 있는 계기를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고민한다. 언제 적절한 휴식을 줘야 선수들의 잠재력을 더 많이 끌어올릴 수 있을 지를.
그에 대한 모범 답안을 KIA 타이거즈의 마무리캠프에서 찾을 수 있다. KIA는 지난 10월29일부터 일본 미야자키현 휴가시 오쿠라가하마 구장에서 마무리캠프를 진행 중이다. 주로 2군급 선수들이 참가한 이번 캠프에서 신임 김기태 감독과 새로 조직된 코칭스태프는 선수들을 강도높게 담금질하고 있다. '3일 훈련-1일 휴식'의 사이클로 돌아가는 데 훈련량과 강도가 엄청나다. 훈련이 일단 시작되면 감독과 코치, 선수가 모두 쉬지 않고 톱니바퀴처럼 움직인다. 오죽하면 식사 시간에 "숟가락 들 힘도 없어 밥을 못먹겠다"는 선수도 자주 나올 정도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현재까지 단 한 명의 부상자나 낙오자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 두 가지 원인이 있다. 일단 선수들이 스스로 훈련의 필요성을 인식해 자발적으로 움직인 덕분이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김 감독이 적절한 타이밍에 휴식을 준 것도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 감독의 스타일은 '화끈한 상남자'로 유명하다. 훈련을 강하게 시키지만, 쉬게 할 때는 또 확실한 휴식을 보장한다. 이 점에 선수들은 더욱 힘을 낸다. 특히 캠프 막바지에 접어들자 김 감독은 파격적인 휴식을 제공하고 있다. 두 가지 사례가 있다.
우선 지난 16일. 이날은 원래 통상적인 훈련일이었다. 그런데 오전에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의 상태를 보고 김 감독에게 '오후 훈련 최소'를 건의했다.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 차라리 쉬게 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이 보고를 듣고 화끈하게 결정했다. "그럼 아예 오늘 전체 휴식으로 하시죠."
보통 이렇게 갑작스러운 휴식을 취하면 다음 휴식일과 일정을 바꾸게 된다. 즉, 이날 휴식을 취했으니 다음 휴식일에는 쉬지않고 훈련하는 식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다음 휴식일까지 보장해줬다. "오늘은 감독이 그냥 정한 것이고, 다음 휴식일은 원래 있던 일정이니 그대로 유지해야 선수들에게 무리가 안 생깁니다." 선수들은 모처럼 푹 쉬면서 몸과 마음을 충전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17일 두산과의 연습경기에서 11대4로 대승을 거두며 감독의 배려에 화답했다.
22일에도 이런 '통 큰 결정'이 또 나왔다. 오전 훈련을 타이트하게 마친 뒤 김 감독이 선수들을 불러모았다. 그리고는 훈련에 열심히 잘 따라와주고, 창의적인 모습을 보여준 점을 칭찬하더니 "원래 오후 훈련이 예정돼 있지만, 오늘은 푹 쉬라"고 또 휴식을 선물했다. 땀에 절은 KIA 선수들의 얼굴에 미소가 걸린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마냥 쉰 것도 아니다. 일부 선수들은 자발적으로 그라운드에 남아 보충 훈련을 하기도 했다. 결국 김 감독이 "들어가서 쉬어라"고 한 뒤에야 철수하는 모습까지 나왔다. 김 감독이 바꿔놓은 KIA의 풍경 중 하나다.
휴가(일본 미야자키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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