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포항 간의 90분 혈투가 끝난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서울 서포터스 '수호신'은 경기 후 관중석을 향해 걸어오는 선수단을 향해 '두리형 가지마 ㅠ'라고 적힌 큼지막한 흰색 현수막을 펼쳐들었다. 상암벌 오른쪽 측면의 지배자로 자리매김한 '로봇' 차두리(34·서울)를 향한 외침이었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차두리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팬들에게 두 손을 번쩍 들고 박수로 화답했다.
차두리는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서울과의 계약이 만료된다. 현역 연장과 은퇴의 기로 사이에서 고심 중이다. 지난 11월 슈틸리케호에서 중동 원정을 소화하는 등 변함없는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차두리의 속내는 달랐다. 지난 10월 A대표팀에 합류한 뒤 "내가 여기 와도 되는 자리인지 모르겠다", "태극마크가 선수 생활 연장에 동기부여가 될 지는 솔직히 모르겠다"며 고민을 숨기지 않았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은 2015년 호주아시안컵 명단에 가장 먼저 차두리의 이름을 올려놓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차두리와 면담을 한 결과, 호주아시안컵까지 대표팀과 함께 하겠다는 뜻을 확인했다"며 "차두리는 경기장 안팎에서 힘을 줄 수 있는 선수다. 그의 경험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차두리의 선택이 발탁의 선결 과제다.
포항전은 올 시즌 안방에서 갖는 마지막 승부였다. 90분 내내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볐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서울을 외면했다. 서울은 포항의 수비벽을 뚫지 못하면서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사흘 전 안방에서 성남이 FA컵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눈물을 쏟았던 차두리는 또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팬심은 여전히 차두리를 향했다.
단 한 경기가 남았다. 30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제주전은 서울의 명운이 걸린 승부다. 팬들의 외침에 박수로 화답한 차두리의 마음도 결론을 찾아가고 있다. 차두리는 올 시즌을 마친 뒤 거취를 발표할 계획이다.
상암=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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