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1년 뒤 제대로 뭉치자."
기구한 인연이다. 고교 시절 단짝 친구를 6년 만에 재회해 의기투합하려 했더니 친구는 떠난단다.
숙소 같은 방에서 보낸 하룻밤 만남은 곧 이별이었다. 절친과의 짧은 재회도 안타까운데 '잠적설'에까지 휘말렸다.
고향팀 부산 아이파크가 싫어서 잠적한 것처럼 비쳐져 황망했다. 하지만 새 출발을 시작하면서 지나간 것은 잊고 앞만 보고 달려가기로 했다. 절친 친구와 마지막 밤 다짐했던 "클래식에서 제대로 뭉치자"는 약속만 가슴에 품었다.
최근 강원FC에서 부산으로 이적한 공격수 최승인(25)의 이야기다. 최승인은 부산 팀에 합류하던 날(7일) 묘한 감정을 맛봤다. 클럽하우스에 합류해 가장 먼저 찾은 이는 국가대표 공격수 이정협이었다.
부산 동래고 단짝 친구다. 고교 시절 최승인은 배번 10번, 이정협은 9번을 달고 뛰었다. 최승인이 고교 3학년 때 일본으로 진출하는 바람에 헤어진 둘은 6년 만에 부산에서 다시 한솥밥을 먹는가 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날 이정협의 울산 임대가 확정됐다. 숙소 같은 방을 배정받았지만 한 명은 짐을 풀고, 다른 한 명은 짐을 쌌다.
마지막으로 같이 잠을 자는 것으로 이별의 아쉬움을 달랬다. 서로 굳은 약속도 했다. 최승인은 이정협에게 "그래도 1년 임대니까 다행이다. 너 없는 동안 부산을 클래식으로 다시 올려놓을테니 그때 제대로 의기투합하자"고 말했다. 이튿날 오전 그렇게 친구를 떠나보낸 최승인은 최근 불거진 잠적설에 대해서도 심경을 털어놨다.
클래식 명문팀으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았던 최승인이 구단간의 일방적인 부산 이적 결정에 대해 불만을 품고 부산 합류를 몇일째 거부하고 있다는 게 잠적설 요지였다. 이 과정에서 최승인이 부산 입단을 싫어한다는 와전된 해석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최승인의 에이전트 측은 "비시즌 휴가를 받아 해외여행 중인 터라 연락이 제때 되지 않았고 양 구단과 선수간 의사소통이 완전히 종결되지 않아 늦어진 것일 뿐 최승인은 서울에서 개인훈련을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승인은 "마음이 상했던 것은 사실이다. 부산 구단이 싫어서가 아니라 선수와 제대로 된 논의없이 이적이 추진된 것에 대해 당황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 세계에서 선수 소유권이 구단에 있는 이상 선수는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상처받으면서도 냉혹한 사회공부를 한 계기가 됐다.
최승인은 부산에 합류해 최영준 감독과 면담한 뒤 동료 선수와 마음 열고 대화하면서 '오해'와 '상처'는 이미 지난 일이 됐다고 한다. 이제는 영원한 고향인 부산의 클래식 복귀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겠다고 다짐했다.
최승인은 "고교 졸업 후 부산을 떠날 때 언젠가 돌아오고 싶은 동경의 대상이 부산 아이파크"라면서 부산 애착에 대한 숨겨진 일화도 털어놨다. 2015년 시즌 막판 부산이 챌린지로 강등되려고 하자 최승인이 먼저 에이전트에게 부탁해 부산 입단을 타진해 달라고 했단다. 그랬던 그가 부산 입단을 기피했을 리 만무하다는 게 에이전트의 설명이다.
"부산으로 돌아온 게 아니라 부산에서 비로소 출발한다는 마음"이라는 최승인은 이번에 함께 이적한 고경민(29) 전현철(26) 김현성(27) 등 선배 공격수와의 내부 경쟁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3명의 선배들과 함께 운동을 하면서 의기투합한 게 있다. 우리끼리 경쟁하기 앞서 클래식으로 복귀하는데 각자 제몫을 하는 디딤돌이 되자고…."
최승인은 다시 '부산 사나이'가 되면서 가슴 깊이 새기게 된 아련한 추억이 있다. 초등학생 시절 구덕운동장에서 안정환(당시 대우 로얄즈)의 손을 잡고 선수 입장을 했다. 그 짜릿한 경험은 중학생 시절 '부산 축구천재'로 성장하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그래서일까. "안정환처럼 부산 팬들에게 오래 기억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품은 최승인은 "부산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시작을 하려고 하니 부산팬께서도 믿고 도와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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