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캠프에는 흥미로운 선수가 많다."
90년대말, 한국 야구팬에게 그의 이름은 '금기어'나 마찬가지였다. 한신 타이거즈의 사이드암스로 투수였던 가와지리 데쓰로(49). 당시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맹활약하던 이종범의 오른팔을 부숴트린 인물이다. 물론 고의성은 없었다. 몸쪽으로 던진 123㎞ 커브가 스윙 동작으로 상체를 열었던 이종범의 몸안쪽으로 들어왔고, 하필 공이 팔꿈치 안쪽에 맞아버린 것. 결국 이종범은 이로 인해 팔꿈치 골절상을 당했고, 끝내 재기에 실패한 뒤 국내로 컴백한다.
그 후로 18년의 세월이 지났다. 이종범은 은퇴 후 한화 코치를 거쳐 현재 방송 해설위원으로 변신했다. 그리고 가와지리는 은퇴 후 야구계를 떠나려다가 다시 독립리그 코치와 감독을 거쳐 2년전 이종범이 몸담았던 한화 이글스의 투수 인스트럭터로 부임했다. 비록 스프링캠프 기간에 한정돼 있지만, 묘한 인연이다.
가와지리 코치는 지난 16일부터 한화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는 서산 훈련장에서 투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독립리그 군마 다이아몬드에서 감독을 했던 가와지리 인스트럭터는 2월1일 한화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일본 고치로 넘어갈 예정이다. 한화는 가와지리 인스트럭터가 현역시절 경험을 살려 팀의 사이드암스로 선수들을 전담해주길 바라고 있다.
6일째 한화 선수들을 지도한 가와지리 인스트럭터는 21일 취재진과 만나 "사이드암스로 선수들은 단단한 하체 힘을 바탕으로 부드럽게 체중이동을 한 뒤 강하게 팔스윙을 해야 경쟁력을 지닐 수 있다"면서 "다른 유형의 투수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그런 점들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흥미로운 투수들이 많이 있다. 정대훈과 정재원 문재현 구본범 등이 스윙이 좋고, 제구도 좋아지고 있다"면서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어 가와지리 인스트럭터에게 과거 이종범과의 '사구 사건'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그 순간 가와지리 인스트럭터는 추억이 떠올랐다는 듯 탄성을 내지르며 "당시에 너무 미안한 마음에 다음날 집까지 찾아가 사과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에는 이종범 선수를 상대할 때 몸쪽으로 공을 던지지 않았다"는 일화를 털어놨다. 유쾌한 추억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옛 일을 떠올린 듯 아련한 표정을 지었던 가와지리 인스트럭터는 "어쨌든 나는 한화 투수들이 잘 던질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게 임무"라며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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