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은 V리그를 대표하는 맞수다. 코트는 그야말로 용광로다. 스타 플레이어들은 화려한 플레이로 팬들을 열광시킨다.
하지만 사실 상대전적만 놓고보면 라이벌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였다. 지난 10시즌 동안 3승3패로 동률을 이뤘던 2006~2007시즌을 제외하면 9시즌을 삼성화재에 압도당했다. 현대캐피탈은 무늬만 라이벌이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은 올 시즌 암흑의 시간을 걷어내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21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벌어진 삼성화재와의 2015~2016시즌 NH농협 V리그 5라운드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대2(25-18, 26-24, 21-25, 16-25, 15-8)로 승리를 거뒀다. 현대캐피탈은 이번 시즌 4승1패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특히 7연승을 질주한 현대캐피탈은 승점 50점 고지를 돌파, 2위 대한항공(승점 52)과의 승점차를 2점으로 줄였다. 선두 OK저축은행(승점 53)과의 격차도 3점밖에 나지 않는다. 이젠 선두를 바라보는 행복한 상황을 맞았다. 현대캐피탈이 마지막으로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건 2014년 1월 16일이다.
이날 결전을 앞두고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라이벌전 승리를 위해 두 가지를 강조했다. '독일 폭격기' 괴르기 그로저의 강서브 막기와 '국보급 센터' 신영석의 투입이었다. "이전 경기를 보면 그로저를 막을 방법이 없어보이더라"며 웃은 최 감독은 "오전에 코치들이 높은 곳에 올라가서 그로저와 같은 파워의 서브로 리시브 훈련을 했다. 그런데 선수들은 그로저만큼 서브가 강한 것 같지 않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최 감독은 히든카드를 쥐고 있었다. 20일 상무에서 제대한 신영석이었다. 최 감독은 "경기 감각이 떨어져 있고 세터와의 호흡도 더 맞춰야 한다. 경기가 잘 풀리면 영석이를 원포인트 블로커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영석이 코트에 서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현대캐피탈의 승리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뚜껑이 열렸다. 경기는 최 감독의 시나리오대로 흘렀다. 우선 현대캐피탈 리시브 라인은 '서브에이스 제조기' 그로저의 강서브에 흔들리지 않았다. 리베로 여오현을 비롯해 오레올 박주형 문성민은 한 개의 서브 에이스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자 '비밀병기' 신영석이 최 감독의 계획대로 투입됐다. 1세트 21-17로 앞선 상황이었다. 다소 멋쩍었다. 김재훈의 서브가 아웃되면서 곧바로 교체됐다. 하지만 신영석은 2세트 6-9로 뒤진 상황부터 계속 뛰면서 경기 감각을 높여갔다. 신영석 효과는 역시 높이로 나타났다. 특히 25-24로 앞선 듀스 상황에선 결정적인 블로킹으로 세트를 마무리지었다.
라이벌전다웠다. 현대캐피탈이 먼저 두 세트를 따냈지만 삼성화재가 곧바로 두 세트를 따라붙었다. 운명의 5세트. 승리의 여신은 현대캐피탈에 웃음을 지었다. 현대캐피탈은 역시 그로저의 강서브를 잘 막아냈고, 신영석이 오레올 최민호와 함께 높이를 지배했다.
현대캐피탈은 이제 삼성화재에 무늬만 라이벌이 아니다.
한편, 21일 화성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5~2016시즌 NH농협 V리그 5라운드 여자부 경기에선 IBK기업은행이 KGC인삼공사를 세트스코어 3대0으로 꺾었다. 9연승을 질주한 기업은행은 15승6패(승점 46)를 기록, 지난 18일 선두를 탈환한 이후 2위 현대건설(승점 41)과의 승점차를 5점으로 벌렸다.
천안=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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