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일본 올림픽대표팀은 그간 지켜본 일본축구와는 색깔이 다르다.
일본축구의 상징은 아기자기한 패싱게임이었다. 브라질 축구의 영향을 받은 일본은 탄탄한 기본기를 중심으로 볼소유를 극대화한 패싱축구로 탈아시아에 나섰다. 하지만 테구라모리 마코토 감독이 이끄는 일본 올림픽대표팀은 다르다. 점유보다는 전진에 초점을 맞췄다. 세밀함은 떨어지지만 속도는 더 빠르다. 기회가 생기면 주저앉고 때리는 중거리슛도 인상적이다.
26일(한국시각) 열린 일본과 이라크의 4강전을 되돌아보자. 일본은 경기 초반 피지컬에서 앞서는 이라크의 강한 압박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활로는 측면이었다. 양쪽 측면을 향해 빠르게 볼을 전달하며 이라크를 공략했다. 전반 26분 선제골이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스즈키(알비렉스 니가타)가 왼쪽을 돌파하며 중앙으로 연결한 볼을 구보(영보이스)가 문전쇄도하며 마무리했다.
일본의 중앙 미드필더들은 볼점유 보다는 얼마나 빨리 전방에 볼을 연결할지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었다. '수비형 미드필더' 하라카와(가와사키 프론탈레)는 후반 추가시간 환상적인 슈팅으로 결승골을 넣었지만 다른 일본 미드필더처럼 패스에 능한 스타일은 아니었다. 최전방과 2선 공격수들은 스피드에 최적화된 선수들이었다. '원톱' 스즈키는 스크린 플레이보다는 좌우 측면으로 돌아나가는데 능한 스타일이며 '섀도 스트라이커' 구보도 빠르고 침투가 뛰어나다. 또 다른 원톱 후보 오나이우(제프 유나이티드)도 힘보다는 스피드가 좋은 선수다. 황희찬과 함께 잘츠부르크에서 뛰는 미나미노 역시 돌파력이 좋다. 하지만 그는 황희찬과 함께 소속팀으로 돌아갔다.
에이스는 '왼쪽날개' 나카지마(FC도쿄)다. 그는 체구는 작지만 개인기와 패스가 좋은 전형적인 일본식 공격형 미드필더다. 나카지마는 이라크전에서는 다소 고전했지만 이란과의 8강전(3대0 일본 승)에서 2골을 터뜨렸다. 2골 모두 돌파 후 날린 강한 중거리포였다. 나카지마는 왼쪽에 포진해 있지만 중앙을 오가며 더블볼란치(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의 패싱력 부족을 커버해줬다.
약점은 역시 피지컬이었다. 빠르지만 몸싸움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다. 득점에는 성공했지만 이라크 수비진이 허점을 보인 탓이었다. 전반적으로는 이라크의 압박에 고전하며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과감한 압박으로 사전에 예봉을 차단하고 측면으로 빠지는 볼에 대비하면 일본 공격의 반 이상을 막아낸 것과 다름 없다.
수비는 중앙이 탄탄하다. 예년과 달리 높이에서 약점을 보이지 않는다. 중앙에 포진한 우에다는 1m86의 장신으로 세트피스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요주의 인물이다. 하지만 스피드가 다소 취약해 보였다. 이라크의 카밀, 하스니 등 작지만 빠른 선수들에게 고전했다. 류승우(레버쿠젠) 권창훈(수원) 등 민첩한 선수들이 집요하게 뒷 공간을 파고들 필요가 있다.
일본은 이번 대회를 위해 지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부터 대비해왔다. 당시 멤버들이 주축이다. 오랜기간 발을 맞춰서인지 화려하지는 않지만 위기에도 무너지지 않는 끈끈함과 응집력이 있다. 이란도, 이라크도 여기에 무너졌다. 결국 우리도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 강인한 정신무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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