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영화 '귀향'의 엔딩 크레딧에는 무려 7만 3164명의 이름이 등장한다. 영화 제작비를 십시일반 모아준 시민들의 이름이다. 영화 역사상 이렇게 긴 엔딩 크레딧은 없을 것이다.
'귀향'은 일제 강점기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소녀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파울볼' '두레소리' 등을 연출한 조정래 감독이 2002년 나눔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만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강일출 할머니가 미술 심리치료 중에 그린 '태워지는 처녀들'이란 그림이 직접적 모티브가 됐다.
하지만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무려 14년이 걸렸다. 투자유치가 쉽지 않았던 탓이다. 14년간 시나리오를 다듬으며 공을 들인 조정래 감독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후원을 받는 크라우드 펀딩을 도입해 제작에 착수했다. 문자 후원, ARS 후원,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실시한 2차례의 뉴스 펀딩, 유캔 펀딩 등을 통해 순제작비의 절반 가량인 총 12억여원이 모아졌다. 참여 인원은 7만 3164명(1월 17일 기준). 이들이 모두 '귀향'의 제작자다.
손숙, 정인기, 오지혜 등 출연배우들은 제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에 재능 기부로 영화에 참여했다. 지난해 4월 경기도 포천에서 크랭크인해 6월에 총 44회차 촬영을 끝마쳤다.
영화가 완성된 뒤 조정래 감독은 가장 먼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찾았다. 지난해 12월 7일 나눔의 집에서 첫 시사회가 열렸다. 이후 '귀향'은 전국을 돌며 후원자들을 위한 시사회를 진행해 왔다. 12월 10일 경남 거창을 시작으로 광주, 대구, 대전, 원주, 부산, 제주, 서울을 찾았고, 올해 1월에는 미국 LA와 애리조나, 뉴욕, 코네티컷대, 예일대, 워싱턴 등에서 해외 후원자 대상의 시사회를 진행했다.
그리고 마침내 4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영화가 일반에 공개된다. 개봉일은 24일로 확정됐다.
14년의 기다림, 7만 3000여명의 후원. 영화 '귀향'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조정래 감독은 "14년이란 시간 동안 영화를 준비하면서 수많은 거절과 역경이 있었지만 타향에서 돌아가신 20만 명의 피해자들을 영령으로나마 고향으로 모셔온다는 일념으로 영화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suzak@sportschosun.com·사진제공=와우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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