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곡을 발표했거나 발표를 앞둔 가요 제작자들이 쳐다볼때마다 한숨을 짓는 곳이 있다. 바로 노래의 성적을 1시간마다 보여주는 실시간 차트이다.
좋은 노래가 차트 상위권에 오르고, 대중의 선호도가 떨어지는 노래는 차트 밖으로 밀려나는게 당연한 현상이다. 특히 실시간 차트는 대중의 선호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수치인 만큼 제작자들에게는 일종의 성적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이 차트가 좀처럼 변하지 않고 있다. 특히 1위부터 20위까지는 거의 움직임이 없을 정도다. 그러다보니 일부에서는 "차트가 마치 화석 같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는 국내 최대 음악 사이트 멜론의 실시간 차트를 쉽게 살펴보면 알 수 있다. 2일 오전 11시 현재, 멜론 실시간 차트 톱20에 오른 곡들을 살펴보면 지난해 발표된 노래가 무려 5곡에 이른다. 또 1월에 발표된 노래가 6곡, 2월에 발표된 노래가 9곡을 차지하고 있다.
그나마 2월 신곡이 과반수 가까이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2월 26일 발표된 '음원 강자' 마마무의 첫번째 정규앨범에서 무려 3곡('넌 is 뭔들' 'I Miss You' '1㎝의 자존심')이 올라와 있어 가능했다.
톱20 중 가장 오래전에 발표된 곡은 최근 가요계를 석권한 여자친구의 '오늘부터 우리는'(2015년 7월 23일 발표)이다. 이어 지난해 9월 발표된 임창정의 '또 다시 사랑'은 19위에 올라, 5개월 이상 사랑을 받고 있다. 이 밖에 걸그룹 트와이스의 '우아하게'(10월 20일 발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OST인 이적의 '걱정말아요 그대'(11월 7일 발표), 프로듀스101의 '픽 미'(12월 17일)이 2015년 발표된 노래들이다.
차트에 한 번 오르면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대표 가수들도 있다. 지난 1월 28일 컴백한 엠씨더맥스는 '어디에도'가 여전히 차트 4위에 올라있고, 1월 25일 발표된 지코의 '너는 나 나는 너' 역시 오랜 시간 톱5에 이름을 올렸다. 이 밖에 태연('레인'), 크러쉬('잊어버리지마'), 수지&백현('드림') 등도 톱10 진입 이후 순위에 흔들림이 없다.
더욱 심각한 부분은 차트의 최상층인 톱5이다. 마마무의 신곡이 발표되기 전까지 1위부터 5위까지는 여자친구, 엠씨더맥스, 지코, 태연, 크러쉬가 마치 하나의 바위처럼 탄탄히 지키고 있었다. 그동안 많은 신곡들이 발표됐지만 이들은 한치의 틈도 허락하지 않으며 톱5를 지켜냈다.
이처럼 실시간 차트가 화석화 된 데에는 음악 사이트 이용자들의 청취 습관도 한 몫 한다는 분석이다. 이용자 상당수는 노래를 들을 때 실시간 차트에 올라와 있는 곡들을 전체 지정한 뒤 순위대로 스트리밍한다. 그러다가 일이 생겨 스트리밍을 중단할 경우 당연히 차트 상위권에 있는 곡일 수록 한 번이라도 더 재생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차트가 화석화 될수록 신인이나 비주류 음악을 하는 가수들에게는 대중에게 노래를 들려줄 기회가 확연히 줄어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신인 아이돌들이 신곡 발표와 함께 10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광탈'을 겪으며 그동안 준비한 것들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다음 활동을 기약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 또 히트곡만 집중적으로 조명 받다보니 밴드 음악이나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등 상대적으로 리스너가 적은 장르는 신곡 발표가 줄어드는 한계를 맞기도 한다.
최근 신인 아이돌을 데뷔시킨 한 관계자는 "차트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도 하는데 우리에게는 절실하다. 음악프로그램에 출연하려고 해도 일단 100위 권 안에 곡이 들어있어야 방송사 PD들에게 부탁이라도 할 수 있는게 현실이기 때문이다"며 "요즘처럼 차트가 화석화 된 상태에서 100위권 밖의 가수는 많아야 3~4주 정도만 방송 활동을 할 수 있다"며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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