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축구의 숙원을 반 세기 앞당긴 쾌거다."
2011년 독일여자월드컵에서 '나데시코 재팬(패랭이꽃·일본 여자 대표팀 애칭)'이 모두의 예상을 깨고 정상에 오르자 일본 축구계와 언론이 연발한 찬사다. 일본축구협회(JFA)는 2050년 월드컵 제패라는 목표 아래 자국 축구 인프라 개선 및 발전 방안을 수행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남자 축구에 앞서 여자 축구가 먼저 세계 정상에 오르면서 자신감은 급상승 했다. 베테랑 공격수 사와 호마레가 아시아 남녀 최초로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까지 차지하자 일본 경제 고도 성장기 시절 나오던 '일본 최고가 세계 최고'라는 말까지 다시 등장했다.
이런 일본 여자 축구가 흔들리고 있다. 2016년 리우올림픽 여자 축구 본선행 실패의 후폭풍이 거세다. 사사키 노리오 감독은 중국전 패배 뒤 경질이 기정사실화 됐다. 9일 북한과의 최종전을 마친 뒤 팀을 떠나기로 했다. 나아가 일본 여자 축구의 미래에 대한 성토까지 이어지고 있다.
FIFA 여자랭킹 4위로 아시아 최고 순위인 일본에게 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은 '몸풀기' 정도로 여겨졌다. 그런데 개막전에서 호주(9위)에 1대3으로 완패한 데 이어 '한 수 아래'로 여겼던 한국(18위·1대1 무)과 중국(17위·1대2 패)도 잡지 못하며 사실상 본선 탈락이 확정되자 기대감은 분노로 뒤바뀐 모양새다.
일본 스포츠지 스포츠닛폰은 9일 기획 기사를 통해 그동안 찬란하게 빛나 보였던 여자 대표팀의 속살을 들췄다. 신문은 '2012년 런던올림픽 은메달 뒤부터 여자 대표팀의 불행은 예고되어 있었다'고 지적했다. 당초 사사키 감독과 사와 등 베테랑 선수들은 런던올림픽 뒤 대표팀을 떠날 계획이었다. J리그 팀들도 사사키 감독 선임을 추진하는 등 변화가 예상됐다. 하지만 사사키 감독이 JFA와 재계약을 하고 팀의 세대교체 작업이 시작되면서 분위기가 미묘하게 흘러갔다. 스포츠닛폰은 '선수들은 노리상(사사키 감독의 이름과 존칭을 조합한 애칭)으로 부르던 사사키 감독을 어느 순간부터 노리오라고 낮춰 부르기 시작했다'며 '사사키 감독 역시 선수들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되려 선수들이 자신을 우습게 본다고 비난하는 등 냉전이 시작됐다'고 짚었다. 또 '올림픽 최종예선 시작 전 진행된 소집 훈련에서도 25명의 예비명단을 20명으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난 9년 동안 사사키 감독이 고수해 온 4-4-2 포메이션은 이번 대회서 이미 아시아권 팀들에게 새로운 분석거리 조차 남지 않았다는 게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결국 감독의 선수단 장악 실패와 계속되는 불협화음 속에 전술적 발전이 이뤄지지 않는 등 속 안에서 곯았던 종기가 이번 올림픽 최종예선 탈락을 계기로 터졌다는 것이다.
차기 사령탑은 다카쿠라 아사코 20세 이하 여자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됐다. 2014년 FIFA 17세 이하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던 지도자다. 당시 선수들이 2019년 여자월드컵 및 2020년 도쿄올림픽 주력 멤버가 되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세대교체 과정에서 흘러나온 선수단 잡음과 전술적 문제는 신임 다카쿠라 감독에게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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