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3시, K리그 사상 초유의 '깃발 더비'가 시작됐다. K리그 클래식 2라운드 수원FC와 성남FC가 시민의 자존심을 걸고 뜨겁게 맞붙었다.
수원종합운동장으로 향하는 수원, 성남 팬들의 차들이 일시에 몰리며 일대는 오후 내내 극심한 교통체증에 시달렸다. 북수원IC에서 수원종합운동장에 입성하는 데만 무려 40~50분이 소요됐다. 주차장은 일찌감치 '만차' 현수막을 내걸었다. 선수 점검차 경기장을 찾은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과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도 경기 시작 20분이 지나서야 경기장에 들어섰다. 슈틸리케 감독은 "K리그를 본 이래 이런 열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이날 수원종합운동장에는 관중 1만2825명이 들어찼다. 수원FC 창단 이래 최다관중이자, 2002년 5월 5일 수원삼성-울산현대전(8036명) 이후 14년만의 최다관중이다. 1만2000여 축구 팬들의 열띤 함성이 90분 내내 그라운드를 뒤덮었다.
모든 것은 구단주 '시장님'들의 의도된 설전에서 시작됐다. 이재명 성남 시장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도발 후 염태영 수원 시장이 도전을 흔쾌히 수락하면서 '깃발 더비'가 성사됐다. K리그 팬들은 이를 '깃발라시코(깃발+엘클라시코)'로 명명했다. 이날 경기에서 패한 팀은 홈 구장에 승리한 상대팀의 구단기를 사흘간 걸기로 약조했다.
구단주들의 '내기' 판에 팬들이 화답했다. 이야깃거리가 있는 곳에 팬들이 운집했다. 가변석 뒤쪽을 제외하고 전좌석 매진이었다. 성남FC 서포터스도 밀리지 않았다. 무려 27대의 응원버스를 타고 수원 원정에 나섰다. 경기장 오른편 '로열 블랙(Royal Black)' 물결이 장관을 이뤘다.
경기는 치열했다. 초반 양 팀은 탐색전을 펼쳤다. 전반 별다른 찬스가 없었다. 후반 승부수를 던졌다. 후반 15분 티아고의 코너킥이 골로 연결됐다. 성남 응원석이 열광했다. 태블릿PC로 골 장면을 확인하던 이 시장이 미소 지었다. 염 시장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골 직후 수원FC와 성남 프런트의 행보가 바빠졌다. 깃발 설치 절차를 분주하게 논의했다. 성남이 승리한다면 경기 종료 1시간 뒤 곧바로 가변석 옆 깃대에 성남 깃발을 내걸어야 한다. 6분 뒤인 후반 21분, 교체투입된 김병오의 동점골이 수원FC를 살렸다. 오른발 발리 동점골이 작렬하는 순간, 염 시장은 주먹을 불끈 쥐며 자리를 박차고 본부석 앞으로 달려나갔다. 수원시 관계자들과 환희의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마지막 추가시간 4분, 1-1로 팽팽한 가운데 일진일퇴의 공방이 이어졌다. 한골로 '깃발'의 운명이 엇갈리는 상황, 그라운드는 후끈 달아올랐다. "수많은 경기 중 하나일 뿐"이라던 김학범 성남 감독은 테크니컬 에어리어까지 나와 선수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조덕제 수원FC 감독도 시종일관 벤치에 앉지 못했다. 치열했던 첫번째 '깃발더비'는 1대1 무승부로 끝났다. 결국 아무도 깃발을 꽂지 못했다. '막공' 수원FC는 2경기에서 2무를 기록하며 승격의 자격을 입증했다. 성남은 수원 삼성, 수원FC와의 2경기에서 1승1무를 기록했다. 팬들은 벌써 성남 탄천에서 펼쳐질 두번째 '깃발 더비'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수원=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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