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 18연승.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이 올 시즌 달성한 전인미답의 기록이다.
이 시기에는 무엇을 해도 됐다. 서브 리시브가 불안해도 세터 노재욱의 재치있는 토스로 위기를 극복했다. 노재욱의 토스가 거칠 때도 문성민 오레올 등 공격수들이 처리를 잘 해줬다.
하지만 정작 V리그 챔피언결정전에 돌입하자 현대캐피탈답지 않은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빠른 공격, 탄탄한 조직력, 안정된 수비 등 정규리그에서 드러난 장점이 전혀 발휘되지 않고 있다. 안방에서 OK저축은행에 2연패한 이유다. 가장 큰 문제는 선수들의 심리적 부담이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선수들이 반드시 우승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휩싸여 있더라. 1차전이 끝난 뒤 '아름다운 2등도 있다'고 얘기하며 분위기를 풀어줬지만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1차전 패배 이후 강도 높은 훈련 대신 레크레이션으로 선수들의 긴장감을 녹였다. 2차전 패배로 벼랑 끝에 몰린 뒤에도 최 감독은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이 편안하다." 답답하지만 딱히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을 에둘러 한 표현이었다.
반전의 기회는 남았다. 22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릴 OK저축은행과의 2015~2016시즌 NH농협 V리그 챔프전 3차전을 승리할 경우 대반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다. 최 감독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지금까지 해왔던대로 긍정의 마인드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반전의 키는 세터 노재욱이 잡고 있다. 최 감독은 2차전 패배 이후 노재욱과 한 시간 정도 개인면담을 가졌다. 최 감독은 "의기소침한 재욱이가 스스로 이겨내는 모습을 보고 싶다. 자신의 세계에 갇히지 말고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한다"고 전했다.
노재욱의 마음을 열 최 감독의 마지막 한 마디는 채찍이 아닌 칭찬이었다. "재욱아, 넌 우리나라의 최고의 세터야."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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