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는 144경기 체제를 맞아 가장 힘든 포지션이다. 좋은 포수를 보유한 팀이 결국 강 팀이다. 김태룡 두산 베어스 단장은 "포수 한 명과 10승 투수를 바꾸자고 해도 안 바꿀 것"이라고 했다.
SK 와이번스는 KBO리그 대표적인 포수 왕국이었다. 현재형이 아닌, 과거형인 이유는 작년까지 유효한 문장이기 때문이다. 박경완부터 정상호, 이재원까지. SK는 효과적인 볼배합에다 도루저지 능력, 평균 이상의 타격 기술을 지난 안방마님이 차례로 등장했다. 2000년대 말 리그를 제패한 이유다.
그러나 박경완이 은퇴했다. 정상호는 FA 자격을 얻어 LG 트윈스에 새 둥지를 틀었다. 이제 남은 검증된 포수는 이재원 뿐. 하지만 올 시즌 SK 안방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이재원이 시범경기에서 펄펄 날며 정규시즌을 완벽히 준비하고 있다.
이재원은 23일 잠실 두산전에 5번 타자 포수로 선발 출전해 마수걸이 홈런을 폭발했다. 2회 무사 1루 첫 타석에서 두산 외국인 투수 마이클 보우덴을 상대로 좌중월 투런 아치를 그렸다. 그는 풀카운트에서 보우덴의 직구(145㎞)를 잡아 당겼고, 타구는 125m 날아갔다.
이재원은 전날까지 시범경기 타율이 0.417이다. 23타수 10안타, 2루타 3방에 3루타도 1개 있었다. 그리고 이날 2타수 1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타율이 0.440으로 더 높아졌다.
포수 본연의 임무도 충실히 소화했다. 외국인 투수 선발 메릴 켈리와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켈리는 74개의 공을 던지며 5⅔이닝 4피안타 1실점(비자책)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삼진은 1개 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맞혀 잡는 피칭으로 투구수를 줄였다. 그만큼 구위가 좋았고 이재원의 리드도 좋았다. 이재원은 또 상대가 두 차례 시도한 도루 중 한 개를 저지하며 켈리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전날까지 0.556의 높은 저지율을 기록한 건 이유가 있었다.
김용희 SK 감독은 경기 전 "(정상호 이적에 따른) 우려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재원이가 많이 해줘야 한다"는 말을 했다. 작년까지 지명타자로 출전하는 시간이 많았지만 올 시즌부터 할 일이 많아졌다는 의미였다. 김 감독은 그러면서 "이재원이 책임감을 갖고 있다. 그 부분이 팀에 플러스 요인"이라면서 "정상호가 있을 때와 자기가 해야 된다고 느낄 때는 분명 다를 것"이라고 했다.
이재원도 잘 알고 있는 부분이다. 매 순간 집중력을 잃지 않고 공수에서 펄펄 날고 있는 요즘이다.
잠실=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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