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한야구협회는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겉으로는 비상 상황에서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가는 모양새 같아도 속에선 아직도 화합 보다 대립하는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박상희 야구협회장이 불명예 퇴진했다. 그는 기금 전용 논란과 업무추진비 과다 사용 논란으로 비난을 받으며 자진사퇴했다. 그리고 김종업 부회장이 직무대행을 맡았다. 최근 야구협회는 비상대책위원회와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했고 또 전국야구연합회와 통합을 위해 통합대의원을 구성, 25일 통합대의원 총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야구협회는 그동안 불신으로 갈라진 내홍을 겪다보니 일찌감치 진행했어야 할 전국야구연합회(생활체육)와의 통합 논의를 시간에 쫓겨 부랴부랴 진행시켰다. 제대로 된 수장이 없는 가운데 정부(문화관광체육부)가 정한 통합 기일(27일 이전)을 맞히기 위해 졸속에 가깝게 일을 추진했다.
현재 야구협회 살림살이는 한마디로 궁핍하다. 경상비로 집행할 예산이 거의 바닥난 상황이라고 한다. 직원 월급으로 나갈 돈도 없다는 하소연이 나올 정도다.
야구협회 통장에 돈이 한푼도 없는 건 아니다. 기금 총액이 58억원 정도 적립돼 있다. 체육회 기금 23억원, 문체부 기금 13억원 그리고 나머지는 협회 자체 기금이다. 체육회와 문체부 기금은 규정에 따라 경상비로 쓸 수 없다. 반드시 체육회와 문체부에 보고하고 동의를 얻게 돼 있다. 협회 자체 기금 중에서도 경상비로 가용할 수 있는 돈은 10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체육단체에서 기금은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해서 적립한 비상금이다. 선배 야구인들의 노력으로 어렵게 마련된 돈이다. 그런데 협회 기금은 최근 집행부가 바뀔 때마다 줄어들고 있다. 바뀌는 수장들마다 제대로 협회 예산을 끌어오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기존 협회 통장의 돈이 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협회 이사회에서 기금을 사용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자금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불가피하다는 명분이다. 그러나 다른 쪽에선 어렵다고 기금을 사용해선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김종업 직무대행을 통합회장으로 밀고 있는 세력과 김종업 회장 체재로는 안 된다는 세력의 신경전이 시작되고 있는 셈이다.
야구협회와 전국야구연합회는 25일 오후 2시 통합대의원 총회에서 첫 통합 회장을 추대할 예정이다. 김종업 회장 직무대행이 추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무성하다.
그런데 일부에선 김 통합회장이 협회에 당장 필요한 자금(경상비)을 만들어 낼 수 있을 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통합 야구협회는 1년에 약 20억원 정도를 끌어오거나 낼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과연 불신이 팽배해 있는 야구협회를 제대로 굴리기 위해 어떤 해결사가 '불길' 속으로 뛰어들 수 있을까. 정부(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야구협회를 불신하고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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