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 머신' 김현수의 메이저리거 꿈이 '악연' 앞에 흔들리고 있다. '볼티모어 구단' 그리고 '댄 듀켓 단장'이 만든 '한국 악연' 고리는 예상보다 더 깊고 지저분했다. 김현수가 또 희생양이 될 위기에 놓여 있다.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기간에 보여준 볼티모어 구단과 댄 듀켓 단장의 김현수에 대한 처사는 한국 야구팬은 물론 메이저리그 선수노조(MLBPA)의 공분을 사고 있다. 볼티모어는 지난해 12월말 김현수와 총액 700만달러에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포함된 2년 계약을 맺었다. 한국에서 빼어난 정확성을 보인 김현수에 대한 기대감을 크게 드러냈다.
그러나 불과 3개월만에 안면을 바꿨다. 김현수가 시범경기에서 제대로 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탓에 부진하다 계약 파기 검토설이 현지 언론에 의해 흘러나왔고, 지난 30일(한국시각)에는 듀켓 단장이 직접 "김현수는 25인 로스터에 포함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고, 벅 쇼월터 감독 역시 "김현수는 노포크(마이너리그 트리플A팀)로 가는 것에 관해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전방위적인 압박을 하고 있다.
이같은 행위는 김현수를 우회적으로 압박해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려는 '꼼수'에 가깝다. 일단 김현수가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행사하면 계약 기간이 끝나거나 트레이드, 혹은 방출(이 경우 보장 금액 전액 지불)되기 전까지는 메이저리그 엔트리에서 뺄 수 없다. 결국 볼티모어 구단과 듀켓 단장은 김현수가 당장 팀 전력에 보탬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뒤 금전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압력을 가하고 있는 셈이다. 메이저리그 입지가 없는 동양인 선수라는 약점을 파고드는 악의적인 처사다.
그런데 볼티모어의 이런 일방적이고 구단 이기주의적인 행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특히 한국 선수이 이런 처사에 종종 희생양이 돼 왔다. 볼티모어는 2011년 말부터 지속적으로 한국 야구에 관심을 보여왔는데 늘 끝이 좋지 않았다. 전형적으로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행보를 이어오며 선수를 희생양 삼아 구단의 손실을 피해왔다.
가장 최근의 사례가 바로 2014년의 윤석민이다. 윤석민은 2013시즌 후 FA자격으로 볼티모어와 3년간 총액 545만달러(최대 1300만달러)에 계약했다. 그러나 볼티모어는 윤석민을 단 한 번도 메이저리그로 부르지 않았다. 물론 2014년 노포크 구단 소속으로 4승8패 평균자책점 5.74의 저조한 성적을 남긴 윤석민에게도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볼티모어 구단의 처사는 심했다. 윤석민이 2년차인 2015년부터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생긴다는 점을 악용해 결국 40인 로스터에서도 제외하고 스프링캠프에도 초청하지 않았다. 일방적인 결별 통보나 마찬가지였다. 윤석민은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써보지도 못한 채 결국 친정팀 KIA 타이거즈로 돌아와야 했다. 이 일을 통해 '꼼수'가 통한다는 걸 확인한 볼티모어 구단이 김현수에게도 비슷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볼티모어 구단, 그리고 듀켓 단장과 한국선수들의 악연은 또 있다. 2011년 11월말에는 당시 SK 와이번스에서 FA가 된 정대현과 2년간 총액 320만달러에 전격 계약한 뒤 메디컬 테스트 결과를 문제삼아 계약을 무효화했다. 정대현은 한국의 여러 병원에서는 이상이 나오지 않았다. 볼티모어 구단의 메디컬 테스트는 메이저리그 현지에서도 '악명'이 높다.
가장 비극적인 사건은 2012년에 벌어졌다. 볼티모어의 욕심이 어린 유망주의 야구 인생을 끝냈다. 볼티모어는 당시 대구 상원고 2학년이던 좌완 에이스 김성민과 전격 계약했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불법 계약이었다. 학생 선수 중 졸업학년 선수만이 국내·외 프로구단과 접촉할 수 있게 한 '지도자 및 선수등록규정'을 어겼다. 결국 대한야구협회는 볼티모어 구단에 공식 항의서한을 보냈고, 김성민에게는 무기한 자격정지의 중징계를 내렸다. 또한 볼티모어 소속 스카우트의 협회 주최 대회 출입을 금지하기도 했다.
결국 볼티모어의 이런 악의적 행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다. 말하자면 철저히 실적 위주로 선수를 평가하고, 그에 못 미치면 가차없이 버리는 스타일이었던 것이다. 김현수가 미리 대비해 처음부터 좋은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 점이 아쉽지만, 뒤늦게라도 생존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감정적인 대응책보다는 냉철한 현식 인식이 요구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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