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제조·유통사인 영국계 옥시레킷벤키저가 2011년 '폐 손상 사망' 논란과 관련된 법적 책임을 피하고자 기존 법인을 청산하고 성격이 다른 새 법인을 설립한 정황이 포착됐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옥시레킷벤키저는 가습기 살균제의 폐손상 유발 의혹이 강력히 제기되던 2011년 12월 12일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조직을 변경했다. 조직 변경이란 회사가 법인격의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다른 회사로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옥시는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를 생산·판매한 기존 법인을 해산한 뒤 주주·사원, 재산, 상호만 그대로 남겨두고 완전히 다른 법인을 새롭게 만들었다.
현 형사소송법 제328조는 피고인이 사망하거나 피고인인 법인이 존속하지 않게 됐을 때 공소기각 결정을 하도록 규정한다. 대법원도 2005년 이 조항에 근거해 조직 변경으로 기존 법인이 소멸했을 때 양벌규정에 따른 형사책임이 존속 법인에 승계되지 않는다는 판례를 남겼다. 따라서 이처럼 갑작스러운 조직 변경은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편법'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한편 옥시레킷벤키저는 그간 책임 회피 의혹에 여러 차례 휩싸여왔다. 옥시레킷벤키저는 질병관리본부의 흡입 독성 실험 결과를 반박하고자 서울대·호서대 연구팀에 2억여원의 용역비를 지급하고 결과가 정해진 실험을 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또한 옥시 홈페이지에 올라온 소비자의 부작용 관련 글을 검찰 수사 전 의도적으로 삭제한 의혹도 제기됐다. 검찰은 다음 주에 옥시레킷벤키저 관계자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법인 고의 청산, 연구보고서 조작, 유해성 은폐 시도 등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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