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비체(폴란드)=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34년의 한을 풀었다. 한국 아이스하키가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눌렀다.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6일 밤(한국시각) 폴란드 카토비체 스포덱아레나에서 열린 2016년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1 그룹A 3차전에서 일본에 3대0으로 승리했다. 이번 대회는 캐나다, 미국, 러시아, 핀란드 등 상위 16개국이 출전하는 세계선수권대회 바로 아래 레벨이다. 2부리그 격이다.
일본은 한국에게 큰 산이었다. 1982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처음으로 맞붙었다. 결과는 0대 25. 참패였다. 이후 34년간 일본을 단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 역대 전적 1무19패. 절대 열세였다.
이번은 달랐다. 극일의 기회였다. 한국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대비해 '푸른 눈의 태극전사' 6명을 수혈했다. 여기에 토종 선수들의 기량도 급성장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의 투자가 컸다. 주요 선수들을 외국으로 보냈다. 군팀도 나왔다.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에서도 국내 팀들이 좋은 모습을 보였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스타 출신 백 감독도 영입했다. 그는 한국 아이스하키의 체계를 바꿨다.
달라진 한국은 이번 대회 우승 후보 오스트리아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아쉽게 슛아웃(승부치기) 끝에 졌다. 2차전은 상대는 홈팀 폴란드. 홈텃세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월등한 기량으로 4대1 승리를 거머쥐었다. 반면 일본은 하락세였다. 이번 대회에서 2연패였다.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에서도 일본 팀들은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극일 열망은 대단했다. 폴란드를 찾은 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은 몸에 있던 일본 제품들을 다 걷어냈다. 일본 브랜드인 펜과 구두 대신 연필을 들고 운동화를 신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 회장 자신이 구단주로 있는 안양 한라의 올 시즌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우승 기념 모자도 썼다. 정장에 운동화, 여기에 모자까지 썼지만 정 회장 본인은 개의치 않았다. 선수단은 벤치에 대형 태극기를 붙였다. 관중석 곳곳에는 한국 교민 및 폴란드 주재원들이 찾아와 '대~한민국'과 '오 필승 코리아'를 외쳤다.
한국은 경기 내내 일본을 압도했다. 1피리어드 4분 18초 파워플레이 상황에서 마이클 스위프트가 멋진 중거리슛으로 첫 골을 만들었다. 이어 김기성, 신상훈이 추가골을 넣었다. 3피리어드에는 석연찮은 판정으로 파워플레이 상황에 몰렸지만 잘 버텨냈다.
3대0의 승리. 한국 아이스하키 역사에 기록될 날이었다. 동시에 한국 아이스하키의 밝은 미래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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