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과 광주의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8라운드.
김학범 성남 감독의 표정이 밝지 않았다. 성남은 최근 3경기 무승(2무1패)의 수렁에 빠지며 초반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군입대 한 윤영선이 무릎부상으로 팀에 복귀했지만 여론이 좋지 않았다. 김 감독은 최대한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김 감독의 고민이 큰 이유는 또 있었다. 팀의 든든한 백업 골키퍼 전상욱(37) 때문이다.
이날은 전상욱을 그라운드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다. 성남은 2일 전 '전상욱이 건강상의 이유로 당분간 뛸 수 없다'고 밝혔다. 선수 복귀가 불투명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상욱은 딸과 함께 그라운드에서 팬들에게 작별의 인사를 나눴다. 김 감독은 "4일부터 치료를 시작한다. 엔트리 한장이 아까울 수 있지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전상욱을 위해 기꺼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성남 선수들은 뛰고 또 뛰었다. 황의조, 티아고, 박용지 트리오를 앞세워 광주를 공략했다. 전상욱의 후배 김동준은 이날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전반 27분 이종민의 멋진 프리킥을 환상적인 선방으로 막아낸데 이어 전반 45분 송승민의 왼발 슈팅도 잡아냈다. 후반 19분에는 정조국의 일대일 찬스까지 몸을 날려 막았다.
승리의 여신은 성남을 향해 미소지었다. 후반 14분 티아고가 왼쪽을 돌파하던 중 이종민에 걸려 넘어졌다. 전반 18분 박용지의 완벽한 페널티킥 상황을 불지 않은 정동식 주심은 이번에는 페널티킥 판정을 내렸다. 키커로 나선 티아고가 이를 성공시켰다. 광주 골키퍼 윤보상은 몸을 날려 공을 터치하는데까지는 성공했지만 득점을 막지는 못했다. 성남은 후반 36분 황의조가 골키퍼까지 제치며 추가골을 넣었다. 성남 선수들은 골이 터질때마다 전상욱을 향해 달려가 함께 세리머니를 펼쳤다.
굉주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광주 역시 꼭 승리해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광주의 핵심 미드필더 김민혁을 위해서였다. 김민혁은 3일 전 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보냈다. 4월30일 발인을 마친 김민혁은 남기일 감독을 찾아갔다. 경기에 뛰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남 감독은 "경기에 앞서 사람이 우선이다. 힘든 시기를 보낸만큼 경기에 내보내지 않는 것이 맞다. 하지만 본인의 의지가 컸다. 오늘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조국, 송승민, 파비오가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며 성남을 흔들었다. 신예 윤보상 골키퍼도 김동준 못지 않은 슈퍼세이브를 선보였다. 김민혁은 떨어진 체력 속에서도 풀타임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하지만 홈팀 성남이 더 날카로왔고, 더 견고했다.
김 감독은 추가시간 김동준 대신 전상욱을 투입했다. 팬들은 기립박수로 그를 반겼다. 3분여 간 골대를 지킨 전상욱은 성남의 2대0 승리 순간을 함께 했다. 후배들과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하며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투병을 위해 그라운드를 떠나는 날, 전상욱은 후배들로부터 최고의 선물을 받았다.
성남=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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