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V리그의 화두는 '스피드배구'와 '토탈배구'였다.
남자부, 여자부 가릴 것이 없었다. 최태웅 감독이 이끄는 현대캐피탈은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한박자 빠른 스피드 배구와 선수들이 고루 활약하는 토탈배구로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 시즌 여자부 우승팀 현대건설은 아예 수비형 외국인선수 에밀리를 선발해 철저한 분업화 배구로 챔피언에 올랐다. '스피드+토탈배구'의 기조는 올 시즌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최근 막을 내린 여자부 트라이아웃이 이같은 흐름을 잘 보여줬다.
1번픽을 거머쥔 꼴찌팀 인삼공사는 강력한 1순위 후보 타비 러브 대신 사만다 미들본을 택했다. 파격이었다. 1m96의 장신 날개 공격수 러브는 그간 한국무대가 선호했던 전형적인 거포다. 폴란드, 아제르바이잔, 독일 등 다양한 리그도 경험했다. 하지만 인삼공사는 1m88에 불과한 미들본을 찍었다. 서남원 신임 감독은 미들본의 다재다능함을 높이 평가했다. 미들본은 라이트와 센터를 겸할 수 있다. 서 감독은 "과거 인삼공사의 몬타뇨, 조이스, 헤일리 등을 돌이켜보면 비슷한 플레이를 했다. 외국인선수에게 올려주면 때리는 형식이었다. 미들본을 영입해 새로운 스타일의 다양한 플레이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탈배구를 천명한 셈이다.
다른 팀도 크게 다르지 않다. IBK기업은행은 레프트 매디슨 킹던을 지명했다. 스피드 배구를 위해서다. 킹던의 신장은 1m85로 지난 시즌 뛴 리즈 맥마혼(1m98)보다 13㎝나 작다. 하지만 신장을 커버하는 빠른 스윙이 장점이다. 이정철 감독은 "이전까지는 외국인선수를 이용한 높은 플레이를 했는데 이제는 낮고 빠른 배구를 하겠다"고 했다. 킹던은 리시브 능력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보다 다양한 전술도 가능할 전망이다. GS칼텍스도 프로 경험은 처음이지만 레프트와 라이트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알렉사 그레이를 선택했다. 한송이를 붙박이 센터로 기용하고 상황에 따라 그레이를 좌우 날개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레이는 이번 트라이아웃에서 최고의 공격력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분업화가 더욱 확실해질 전망이다.
현대건설도 에밀리와 재계약하며 지난 시즌과 같은 배구를 선보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트라이아웃 결과 각 팀들이 칠할 색깔은 비슷하다는 점이 명확해졌다. 이제 개막 까지 누어느 팀 색깔이 더 선명하느냐의 싸움이 될 전망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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