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한국인 거포들의 대결은 싱겁게 끝났다.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는 팀이 이겼지만 안타를 치지 못했고, 이대호(시애틀 매리너스)는 대타로 나와 안타를 날렸지만 팀 패배를 막지 못했다.
29일(한국시각)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세이프코필드에서 시애틀과 미네소타가 맞붙었다. 시애틀의 홈경기였다. 하지만 '호스트'격인 이대호는 정작 선발로 나오지 못했다. 미네소타가 이날 우완 선발 필 휴즈를 내보내자 시애틀 스캇 서비스 감독은 늘 그래왔던 것처럼 플래툰 시스템을 적용해 이대호를 선발 제외했다. 애덤 린드가 1루수로 나왔다.
반면 박병호는 이날도 선발 자리를 꿰찼다. 5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팀내 기대치를 입증했다. 전날까지 3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하던 차였다. 하지만 정작 이날 경기에서는 상대 투수진에 철저히 농락당했다. 5타수 동안 안타를 치지 못한 채 삼진만 2개 당하고 말았다. 박병호의 시즌 타율은 0.226에서 0.218(142타수 31안타)로 낮아졌다.
박병호는 1회초 4번 미구엘 사노의 2점 홈런이 터진 뒤 2사 주자없는 상황에 첫 타석을 맞이했다. 그러나 상대 좌완 선발 웨이드 마일리와 풀카운트 승부 끝에 6구째 시속 93마일(약 150㎞) 패스트볼에 파울팁 삼진을 당했다. 이어 2-2 동점이 된 3회에는 2사 2, 3루에서 웨이드 마일리가 고의4구를 얻어나간 뒤 2사 만루 찬스를 맞이했다. 상대 배터리가 만루를 감수하고도 박병호와의 승부를 택한 것. 타자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법하다. 그래도 적시타를 날리면 상대의 허를 제대로 찌를 수 있다.
하지만 박병호는 이 상황을 돌파하지 못했다. 초반 볼 3개를 골라내며 유리한 상황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이번에도 패스트볼 공략에 실패했다. 4구째 93마일짜리 직구 스트라이크를 지켜본 박병호는 5구째 94마일(약 151㎞) 직구에 배트를 휘둘러 파울을 만들었다. 이어 6구째 94마일 직구에 스탠딩 삼진을 당했다.
이후에도 제대로 타구를 날리지 못했다. 5-4로 전세를 뒤집은 5회초 1사 후에는 바뀐 투수 마이크 몽고메리의 시속 96마일(약 155㎞)짜리 초구를 받아쳤으나 유격수 땅볼에 그쳤다. 7회에는 1루수 파울 플라이로 물러났고, 9회에는 2사후 유격수 땅볼로 아웃됐다. 7회 대타로 나와 1루를 지키던 이대호가 공을 잡아 박병호를 아웃시켰다.
선발로 나온 박병호는 안타를 못 쳤지만, 대타로 나온 이대호는 첫 타석에서 곧바로 안타를 날렸다. 5-6으로 뒤진 7회말 1사에서 대타로 등장한 이대호는 상대 좌완 불펜 버디 보셔스를 상대해 초반 볼 3개를 연속 파울로 걷어냈다. 하지만 볼카운트가 0B2S로 불리해지자 다시 신중해졌다. 그리고는 볼 3개를 골라났다.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이 돋보인 장면. 결국 이대호는 7구째 공략에 성공했다. 바깥쪽 낮은 시속 92마일(약 148㎞)짜리 패스트볼을 받아쳐 중전안타를 날렸다. 이대호의 시즌 18번째 안타였다.
그러나 이대호는 9회말 마지막 타석에서 동점타 기회를 무산시켰다. 5-6으로 뒤진 9회말 시애틀이 넬슨 크루즈의 볼넷과 카일 시거의 우전안타루 무사 1, 3루 기회를 만들었다. 이대호가 동점 혹은 역전 끝내기까지도 만들 수 있는 기회. 하지만 이대호는 상대 마무리 케빈 잽슨을 상대해 볼카운트 2B2S에서 5구째 83마일짜리 커브를 받아쳐 짧은 우익수 뜬공에 그치고 말았다. 미네소타 우익수 미구엘 사노의 송구 능력이 워낙 뛰어나 3루 주자는 뛰지 않았다. 실제로 사노는 공을 잡은 뒤 정확하게 노바운드로 포수 글러브에 공을 뿌렸다. 태그업했다면 아웃이 될 뻔했다.
1사 1, 3루가 된 상황. 그런데 여기서 어이없는 주루 플레이로 경기가 끝났다. 프랭클린 구티에레즈 타석 때 원바운드 볼이 나왔다. 포수 앞에 살짝 떨어졌는데, 1루 주자 시거가 2루 도루를 하다가 협살에 걸렸다. 2루에서 1루로 돌아가려는 사이 3루 주자 크루즈가 홈으로 들어가려다 견제를 보고 다시 3루로 돌아가려 했다. 그러나 미네소타 내야진이 상대 주자들의 허술한 주루 플레이를 포착해 2루수-3루수-유격수로 이어지는 중계플레이로 더블 아웃을 잡아냈다. 시애틀이 챌린지(비디오 판독)을 신청했으나 아웃이 인정돼 경기가 끝났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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