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처는 따로 없다. 순리대로 시즌을 운영할 뿐이다."
12일 NC 다이노스 덕아웃 분위기는 평온했다. 전날까지 9연승을 달리고 있는 팀이지만 들뜬 기색은 없었다. 선수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비교적 조용하게 전투를 준비했다. 김경문 NC 감독도 취재진의 질문에 차분히 답했다. 김 감독은 "우리에게 운이 따르고 있는 것 같다. 야수들이 중요할 때 번갈아가며 쳐주고 있다"며 "시즌 막판 10경기 앞서 있어도 11경기 남아 있으면 불안한 게 야구다. 그래도 체력이 떨어질 시기에 우리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이어 "특정 시기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 매 경기 하던대로 하면 지금과 같은 연승도 찾아온다고 본다"며 "내가 조급함을 느끼면 선수들이 먼저 안다. 감독은 뒤에서 지켜볼 뿐"이라고 했다.
그는 구단 창단 후 최다 연승 기록과 관련해서도 거듭 "내가 한 일은 없다"고 했다. "모든 경기를 잡으려고 달려들면 안 된다. 상대 투수가 잘 던지고 상대 야수가 잘 치는 날은 '졌다'고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며 "그런 날은 우리 투수들에게도 휴식을 부여하고. 한 박자 쉬어가고. 그런데 우리 선수들이 뒤지고 있는 경기를 잡아낸다"고 했다. 그리고 이날 1-7로 끌려가던 경기를 11대8로 뒤집은 뒤에도 "감독으로서 이런 역전승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선수들에게 감사해야 할 승리"라고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냈다.
결국 감독은 '도우미'라는 설명이다. 올 시즌 10개 구단 중 처음으로 두 자릿수 연승에 성공하고, 두산 사령탑 시절을 포함해 개인 최다인 10연승에 성공한 이후에도 모든 공을 선수단에 돌렸다. 종전 김경문 감독의 한 시즌 개인 최다 연승 기록은 9경기. 2005년(4월27일∼5월8일)과 2008년(7월6일∼7월17일) 두 차례 달성한 바 있다.
김 감독은 "아직도 승부처만 되면 여기(심장)가 두근두근 거린다. 그러나 감독이 지나치게 작전을 내는 건 지양하고 있다"며 "감독 머릿속엔 늘 이 선수의 좋았을 때 모습과 안 좋을 때 모습이 담겨 있다. 오늘 안 좋다면 한 번씩 사인을 내주며 돕는 역할을 할 뿐이다"고 말했다. 또 "열심히 하는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감독의 몫이다. 한 선수가 몸 관리에 실패해 그 날 경기에 빠진다면 다른 선수를 투입해 더 잘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자기 자리를 유지하고 싶으면 더 치열하게 해야 한다. 그것이 프로"라고 했다.
본인은 극구 손사래를 쳤지만, 이 같은 김 감독의 원칙이 NC 야구를 강하게 만든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듯 하다. '도우미'라는 단어 하나에 담을 수 없는 큰 효과가 있다. 11~12일 인천에서 '깜짝' 주연 역할을 한 김성욱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11일 김성현(SK)의 홈런성 타구를 낚아채고 다음 날에는 결승 3점 홈런을 때린 그는 "기회를 주시는 감독님께 감사하다. 기회가 왔을 때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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