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단에서 드물게 형제 시인이 함께 쓴 시집이 나왔다.
박용재 박용하 형제 시인의 '길이 우리를 데려다주지는 않는다'(문학세계)가 화제의 시집이다.
형제란 우의의 혈육이지만 경쟁의 관계이기도 하다. 강원도 강릉이 고향인 두 시인은 가족과 육친, 그리고 고향을 전혀 다른 시적 개성으로 변주한다. 어린시절 고향에 대한 기억이 동생 박용하에게서는 이미지의 전도로 나타나고 형 박용재에게는 결코 잃을 수 없는 원형으로 자리잡는다.
'그러니까 매순간 살아야 한다/그러니까 매순간 죽어야 한다/그러기 위해선 날아야 한다/매순간 심장을 날아야 한다/그러니까 심장을 날기 위해선
매순간 사랑해야 한다…'(박용하의 '행성')
'시골집 작은 언덕에는 큰 모과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해마다 봄이 되면 모과나무는 어김없이 꽃을 피웠다. 할머니는 모과나무에 꽃이 피면 모과나무꽃을 마치 신을 모시듯 바라보며 기도를 했다…, 옛날 시골집 언덕에 우뚝 서서 해마다 꽃을 피워 내던 모과나무에는, 언제부턴가 꽃 대신 할머니 얼굴이 피었다.'(박용재의 '모과나무꽃')
한 핏줄을 타고난 형제의 비슷하면서도 대조적인 두 개의 시적 세계관이 한 권의 시집 속에서 충돌하며 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읽는 맛이 쏠쏠하다.
재미있는 것은 형제 시집의 탄생 기원에 대한 두 사람의 주장이 다르다는 것이다. 동생 박용하 시인은 30년 전 형이 "훗날 형제 시집 한 번 묶자!"고 했다고 기억하고, 형 박용재 시인은 "세상에 아우보다 나은 형이 얼마나 되겠소"라고 칼을 갈던 동생이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신인문학상을 받은 뒤 "형, 우리 나중에 형제 시집 하나 내요"라고 했다는 것이다. 우애와 경쟁의 관계는 기억속에서도 얽혀있다.
이번 형제시집은 구성이 특별하다. 박용하 시인의 동시 5편을 포함해 등단 전 미발표 시 4편과 등단작 2편 등 초기작 그리고 박용하 시인이 뽑은 박용재 시인의 시들과 신작시 그리고 어린 시절 쓴 동시를 함께 묶었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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