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혜진 기자] 싫었다가 좋아하면 답도 없다던데, 류준열은 황정음에 단단히 빠졌다. 시종일관 신경썼다. 화도 났다가 웃음도 났다가,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흐름에 '로봇' 제수호는 혼란스럽다.
16일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운빨 로맨스'에서는 제수호(류준열)가 심보늬(황정음 분)에게 점차 빠져드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제수호의 신경은 온통 심보늬에게로 쏠렸다. 로봇에 제대로 버그가 걸린 것이다. 결근한 심보늬로 인해 사무실에 인기척만 들리도 심보늬가 아닐까 철렁했고, "내가 왜 매달려야 하지" 납득이 안가도 전화통을 붙들었다. 발걸음은 자신도 모르게 심보늬 집 앞을 향했고 그런 자신을 자책하다가도 바로 "밥은 먹었나?" 걱정했다. 또 다른이에게 웃어주는 심보늬에 "아주 아무한테나 보고 웃어요. 이해를 할 수가 없어요. 그게 웃을 일이냐고. 답답하다 답답해"라고 질투했다. 심지어 꿈에도 나타났다.
그렇게 기다리던 심보늬의 등장에 제수호는 자신도 모르게 "안타깝게도 내가 상상력이 좋아가지고 심보늬 씨가 내 눈앞에 안 보이면 뭐 할까 신경 쓰는 시간이 아깝습니다. 늘 제가 보이는 앞에 있으세요. 사표 금지. 결근도 금지. 연락 두절도 금지. 다 금지예요. 오늘은 집에 가서 자요. 그게 오늘 심보늬 씨 퀘스트입니다"라며 속마음을 고백했다. 애써 논리적으로 포장하려 했지만 심보늬도, 시청자도 감정으로 범벅된 고백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제수호는 이 마음을 애써 '버그'로 단정짓고 스스로를 세뇌시킨다. 철저히 이성적이고 계산적인 두뇌로 인생에 별반 실패를 느끼지 못했을 그지만, 이 노력은 이제 통하지 않을듯 하다. 심지어 미신을 믿지 않던 그가 부적이 되어주겠다며 오히려 심보늬의 세계를 인정해버린 모습은 극 중반에 이르러 제수호라는 캐릭터가 확실히 변화했음을 예고했다.
'운빨로맨스'는 일종의 성장드라마기도 하다. 황정음과 류준열의 설레는 대사들 뒤에는 어릴적 상처로 감정 능력 상실한 로봇같은 한 인간이 상대를 만나고 감정을 내보일 줄 아는 진짜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간다는 또 하나의 스토리가 숨어있다.
류준열은 첫 회부터 지금까지 그런 제수호의 감정 변화를 점차적으로 녹여냈다. 로봇같던 말투는 미묘하게 감정이 묻어났고 CEO의 카리스마를 보이다가도 가끔은 표현을 덜 배운 아기 같은 웃음을 지어보인다. 이런 복잡다난 제수호의 모습을 그는 섬세하게 하나씩 꺼내보이고 있다. 흐름상 2막이 시작되어 본격적으로 '인간화'된 제수호의 감정적 직진이 앞으로 '운빨로맨스'의 최대 관전 포인트다.
gina1004@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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