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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 싱글로 살아가는 톱스타가 본격적인 내 편 만들기에 돌입하며 벌어지는 임신 스캔들을 그린 휴먼 코미디 영화 '굿바이 싱글'(김태곤 감독,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작). 김혜수는 극 중 대한민국에서 가장 성공한 여배우 중 하나였지만 온갖 찌라시와 스캔들의 주인공으로 떠오르며 인기 하락세를 맞게 되는 고주연 역을 맡았다. 올해 초 시청자의 인생 수사물로 남게 된 tvN '시그널'의 차수현 형사와 180도 다른 얼굴로 관객을 찾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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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만 들어도 웃음이 터지는 '굿바이 싱글', 그리고 김혜수. 그는 이러한 고주연을 맛깔난 코미디로 잘 버무려 표현해냈다. 솔직하고 화끈한, 쿨하고 수더분한 톱스타의 고주연은 마치 김혜수의 모습과도 같아 공감을 자아낸다. 물론 김혜수에겐 고주연처럼 철딱서니 없는 '뇌순녀(뇌가 순수한 여자)' 기질은 없지만 외로움을 느끼는 여자라는 공통점은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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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수도 고주연이 느낀 외로움을 느꼈나?
- 지금도 느끼는 고민이나 고독이 있나?
아주 어렸을 때 했던 고민을 지금도 하고 있기도 하고 아무 이유 없이 멍청하게 고독할 때도 있어요. 예전엔 이런 상태가 되면 스스로 불안해서 정의를 찾으려고 했는데 지금은 그렇게 애쓰지 않는 것 같아요. 인간이기에 겪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넘어갈 때도 있죠. 과거엔 거센 파도를 맞으면 더 강인해질 거라 믿었는데 막상 파도를 맞아도 강인해지지 않더라고요. 시간이 지나면 더 깊어지고 현명해지며 유연해지고 합리적일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웃음). 그래도 시간에 비례해서 얻어지는 건 분명 있는 것 같고요. 저도 사람이라 너무 거친 파도만 겪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극복하지 않고 잘 견디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걸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깨닫게 됐고요.
제가 '굿바이 싱글'을 기다린 건 8년은 아니에요. 횟수로 3년 정도 됐을 거예요. 제작 기획은 꽤 오래전부터 시작됐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여러 배우를 거쳐 제게 온 거죠. 처음에 시나리오를 봤을 때 하나도 새롭지 않고 공감도 안 갔어요. 여배우 스토리는 많이 봐왔으니까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여배우는 직업일 뿐 철이 늦게 든 여자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기에 전체적으로는 유쾌한 태도를 가졌지만 어느 순간 진짜, 진심이 보이는 것 같아 연기하고 싶어졌어요.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기분이었고 이런 제 감정을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었어요.
- 충무로에 여배우를 위한 영화가 사라지고 있지만 그래도 김혜수는 여자가 원톱인 영화를 이끌 수 있는 독보적인 파워가 있다.
저 역시 쉽지 않아요. 일단 작품이 많이 없으니까 좋은 배우들이 많아도 기량을 못 펴고 있는 것 같고요. 사실 여배우를 위한 역할은 없어요. 여배우건, 남배우건 관객은 새로운 캐릭터를 원하는 것뿐이죠. 여배우가 주연이라 투자가 안 된다고들 하는데 남배우들 이야기를 다룬 작품도 투자가 안 되는 작품이 상당해요. 여배우들이야 시나리오 없다고 투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안팎으로 다들 노력하고 고생하죠. 여배우를 위한 작품이 없는 게 아니라 모든 상황이 열악해지는 거니까,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어요.
- '굿바이 싱글'에서도 드러나지만 배우라는 직업이 참 다사다난하다.
보이는 직업이니까요. 배우만 억울하고 힘들겠어요? 이 세상 모든 직장인은 다 힘들고 괴롭죠. 단지 우리는 보이는 직업이라 더 크게 부풀려지는 거예요. 실제 내가 하는 것 이상의 혜택을 누린 경우도 있고 그 반대의 일도 있어요. 실체 없이 더 기쁘기도 하고 실체 없이 더 아프기도 하는 일이죠. 극명한 명암이 있을 수밖에 없는 직업은 맞아요.
- 다사다난한 연예계지만 31년을 버텨왔지 않나.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던 노하우가 있다면?
처음 일을 시작하고 몇 년간은 아무것도 모른 상태라 가능했던 것 같아요. 아역부터 시작해서 그런지 스스로 늦게 성장했다고 느끼고요. 연예인이 되기 전 단조로웠고 평범했던 일상이었는데 연예인이 되면서 더욱 단조로워졌다고 할까요? 동시에 일상도 없어지긴 했지만요. 너무 어렸을 때부터 일을 시작해서 사춘기도 늦게 왔고 자의식에 대한 고민도 늦었어요. 원래 늦으면 더 길게 간다고 하잖아요. 다행히 주변에 좋은 분들이 있어서 삐뚤어지지 않았지만요. 방황하고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이만한 게 모두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자연스럽게 넘어갔지만 또 이게 잘 넘겼다는 것만은 아니에요(웃음). 부작용도 있었죠. 미숙하게 대처하거나 그렇게도 하지 못했던 순간도 있었어요. 알아가는 과정이었고 이렇게 조금씩 성장하는 거 아니겠어요? 하하.
손숙 선생님의 그 대사는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게 들은 대사예요. 손숙 선생님과 20여년 전에 MBC 드라마 '짝'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있어요. 그때 제 엄마로 열연을 해주셨는데 실제 수양딸이 되고 싶을 정도로 존경했어요. 좋은 어른, 좋은 선배는 누구에게도 가르치려고 하지 않고 그저 스스로 열심히 하는데 손숙 선생님이 딱 그러셨어요. 작위적인 것 같지만 솔직하게 전 손숙 선생님 그림자만 봐도 고개를 숙이고 싶어요. 어마무시하고 너무나 가슴 찡한 대상이죠. 그런 손숙 선생님과 무려 20년여년 만에 한 작품에서 만났고 '너 이제 배우 같다'라고 말해주셨을 때 벅차올랐어요. 예전엔 '연기 잘하는 방법이 있나?' '배우라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뭘 해야 하지?' 등을 고민한 적이 있거든요. 정말 사실 그대로 이야기하자면 영화 '차이나타운'(15, 한준희 감독), 드라마 '시그널'을 하면서 이제야 조금씩 배우가 된 기분을 느껴요. 대중도 그렇게 느껴주시겠죠?
- 31년간 대중에게 사랑받는 배우는 어떤 기분인가?
31년간 사랑만 받았겠어요? 사랑도 있었고 구박도 있었죠. 주로 사랑이었지만요. 하하. 제가 가진 자격으로서 누릴 수 없는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저보다 더 잘하는 사람도, 더 열심히 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들보다 더 사랑받는 게 행운이라고 여기죠. 대중이 준 종합선물세트 중 사랑이 제일 큰 힘이 된 것 같아요. 장점도 크지만 단점 역시 극명하게 노출되는 배우임에도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건 정말 영광이죠. 배우는 대중과 소통을 해야 하는 사람이고 보여줘야 하는 사람이죠. 그런데 봐줄 가치가 없는 사람이 돼 버리면 배우라는 의미를 상실한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전 훌륭한 배우는 못 되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고요. 분에 넘치는 사랑을 보답하고 싶은 마음은 이 일을 그만둘 때까지 계속되지 않을까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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