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해 팀도루 8위였던 넥센이 1년만에 압도적인 팀도루 1위팀이 됐다. 뛰고 또 뛴다. 도루 성공률(69%, 2위)도 높고, 더블 스틸, 1루 주자의 페이크 도루 뒤 2루주자의 3루 기습 도루까지. 우익수 방면 안타때 1루주자가 3루까지 가는 것은 당연하고 틈만나면 넥센 선수들은 한 베이스를 더 노린다.
넥센은 21일 현재 팀도루 69개로 전체 1위다. 2위는 롯데(58개)다. 꼴찌는 한화(35개). 넥센 타자들이 원래 도루가 많지는 않았다. 팀이 가고자 하는 방향에 맞게 진화했다는 표현이 맞다.
넥센은 지난해 팀도루가 100개로 전체 8위였다. 1위 NC(204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였다. 2014년에도 넥센은 도루가 많은 팀이 아니었다. 팀도루는 100개로 전체 7위(1위는 삼성 161개). 대표적인 느림보 팀이었던 넥센이 올시즌을 앞두고 염경엽 감독의 "빠른 팀으로 거듭나겠다"는 한마디와 함께 변신했다. 놀라울 따름이다.
넥센에 무슨 일이 있었나. 넥센은 지난해 홈런왕 박병호를 메이저리그로 보냈다. 중심타자 유한준은 kt로 떠났다. 타선의 중량감이 줄었다. 홈구장도 목동구장에서 고척스카이돔으로 바뀌었다. 홈런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돔구장이지만 고척스카이돔은 목동구장에 비해 크다. 염 감독은 빅볼 대신 빠른 스몰볼을 외쳤다. 넥센 선수들은 겨우내 약속된 베이스러닝의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익혔다. 찬스만 생기면 주저없이 뛴다. 뛰다보니 요령까지 생겨 요즘엔 2루에 아예 볼이 날아오지 않을 때도 있다.
지난 19일 청주 한화전에서 넥센은 무려 5개의 도루로 한화 벤치를 '멘탈 붕괴'로 몰아붙였다. 뛰고, 또 뛰고 휘젓는 넥센 타자들 때문에 한화는 1승2패로 위닝시리즈를 내줬다. 21일 고척돔에서 열린 삼성전에서는 한술 더떠 6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삼성을 3연패에 빠뜨리고 3연승을 내달았다.
염경엽 감독은 "도루의 장점은 단순히 한 베이스를 더가는데 그치지 않는다. 상대 투수들을 성가시게 만들고, 베이스 커버를 위해 수비수를 강제로 움직이게 만들면 안타가 나올 공간이 커진다. 뛰는 것은 더 잘 치기 위함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21일 경기에서 넥센은 1회부터 3회, 6회, 8회까지 1루주자의 2루도루 뒤 계속 적시타가 터져나왔다. 허를 찔린 삼성 벤치는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었다. 넥센은 20홈런-20도루에 도전하고 있는 김하성과 서건창이 12도루, 고종욱과 임병욱이 10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백업멤버인 유재신(7도루)과 박정음(6도루) 등 도루분포가 고르다. 상대 배터리는 긴장할 수 밖에 없다.
이 모든 것은 넥센 구단의 준비성 때문에 가능했다. 넥센은 강정호의 해외진출에 대비해 김하성을 미리 점찍었고, 박병호가 떠난 뒤 홈런 대신 뛰는 야구를 택했다. 코엘로 대신 맥그레거를 영입했는데 주위에선 실패보다는 성공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친다. 선수스카우트에 능한 넥센이고, 팀워크가 가능한 독특한 팀분위기가 있다. 외국인 선수도 예외없이 팀의 일원이다. 팀연봉 꼴찌팀의 3위 질주, 유쾌한 반란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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