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서울전 이후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은 것 같아요."
경기 전 최진철 포항 감독의 입가에는 묘한 미소가 흘렀다. 상대는 최근 6경기서 5승1패를 달리던 울산이었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쳤다. 25일 서울전이 준 선물이었다. 포항은 서울을 2대1로 제압했다. 특히 전반 경기력은 최 감독은 "시즌 최고의 경기력"이라고 할 정도로 완벽했다. 최 감독은 "선수들이 자신감을 확실히 얻은 것 같다. 이번 경기를 준비하면서 어떤 구체적인 주문을 하기보다는 부담을 주지 않는 정도만 했던 것 같다"고 웃었다.
포항의 상승세가 무섭다. 포항은 29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울산과의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7라운드에서 4대0 완승을 거뒀다. 올 시즌 최고의 승리였다. 포항은 A매치 휴식기 이후 가진 5경기에서 승점 10점(3승1무1패)을 쌓았다. 시즌 두번째 연승에 성공한 포항은 승점 24점을 확보했다. 멀어보였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권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포항은 이날 정상 전력이 아니었다. 수비의 핵이자 정신적 지주 신화용이 감기 몸살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오른쪽 윙백으로 성공 변신한 강상우도 경고 누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포항은 흔들리지 않았다. 자리를 잡은 3-4-3 시스템 속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스리백으로 변신한 수비는 견고했고, 조수철이 가세한 미드필드는 역동적이었다. 문창진 양동현 심동운의 스리톱은 날카로웠다.
울산전에서는 잘 풀리는 집의 전형을 보였다. 두번의 데뷔골까지 터졌다. 첫번째 주인공은 오창현이었다. 경기 전 최 감독은 "오창현의 왼발이 좋다. 한번만 걸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강상우가 빠진 오른쪽 윙백으로 자리를 옮긴 박선용 대신 중앙에 배치된 오창현은 발군의 활약을 펼쳤다. 전반 9분 프리킥으로 양동현의 선제 헤딩골을 도운 오창현은 4분 뒤 기가 막힌 왼발 슈팅으로 데뷔골을 성공시켰다. 후반 17분 심동운의 추가골로 3-0 리드를 잡은 35분 또 한명이 데뷔골을 성공시켰다. 심동운의 힐패스를 받은 조수철이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올 시즌 인천에서 포항으로 이적한 조수철의 데뷔골이었다. 오창현과 조수철이 골맛을 보며 포항의 중원은 한층 위력을 더하게 됐다.
포항은 힘든 시즌 초반을 보냈다. 최진철 감독 스타일의 축구가 조기에 자리 잡지 못한데다 부상 릴레이까지 겹치며 10위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포항은 역시 명가였다. 고참들의 솔선수범과 빠른 시스템 변화로 위기를 넘겼다. 계속된 승리로 자신감까지 보태며 후반 순위경쟁 구도의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팀에 합류해 훈련 중인 외국인선수까지 성공리에 적응할 경우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티켓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포항의 시즌은 지금부터다.
포항=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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