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사람들은 지난 몇 년간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만 보면 속이 쓰렸다. LG에서 1,2군을 오르내리던 박병호가 넥센 히어로즈로 이적해 KBO리그를 대표하는 홈런타자로 성장하는 걸 지켜봐야 했다. LG도 '거포 유망주' 박병호를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공교롭게 히어로즈로 옮긴 후 잠재력을 꽃피웠다. 박병호는 보란듯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연속 홈런왕에 오른 후 지난 겨울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그런데 올해는 정의윤과 최승준이 LG 구단 관계자들의 속을 긁어놓고 있다. 두 선수 모두 약속이나 한 듯 LG에서 SK로 이적한 후 중심타자로 거듭나 트윈스를 머쓱하게 한다. 정의윤은 지난해 7월 트레이드 됐고, 최승준은 지난 겨울 FA(자유계약선수) 보상선수로 LG를 떠났다.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전. 정의윤과 최승준의 방망이가 친정팀을 상대로 불을 토했다. 정의윤이 3타점을 쏟아내며 좋은 흐름을 끌어왔고, 최승준이 2점 홈런으로 쐐기를 박았다. 와이번스 타선에 힘을 불어넣은 맹타다.
4번 정의윤이 먼저 시동을 걸었다.
1회초 2사 2루에서 정의윤은 우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산뜻한 출발이다. 4회초 세번째 타석에서는 2사 1,2루에서 좌월 2타점 2루타를 때렸다. 3-2에서 5-2로 달아나는 한방이었다.
정의윤은 9회초 우전안타를 치고 나가, 5번 최승준의 홈런 때 홈을 밟았다. 3안타 3타점.
첫 두 타석에서 볼넷을 골라낸 최승준은 8회초 폭발했다. 1사 1루에서 LG 김지용이 던진 한가운데 직구를 통타해 잠실구장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6-4 리드에서 터진 시즌 17번째 홈런이었다.
최승준은 최근 SK 타자 중 최고의 타격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30일 kt 위즈전부터 3경기 연속으로 대포를 가동했다. SK는 최승준의 한방으로 17경기 연속 팀 홈런을 마크했다. 2004년 KIA 타이거즈에 이어 팀 연속 홈런 2위 기록이다.
정의윤과 최승준은 전날(2일) 경기 때도 극적인 팀 승리를 이끌었다. 1-2로 끌려가던 9회초 정의윤이 동점 홈런, 최승준이 결승 홈런을 터트려 4대1 역전승을 이끌었다.
SK는 경기 후반에 무섭게 따라온 LG를 9대7로 제압하고 주말 2경기를 모두 가져갔다. 정의윤과 최승준이 이틀 연속 친정팀에 비수를 꽂은 셈이다.
잠실=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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