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면에서 졌어요. 정말 할 수 있는게 없더라고요."
최진철 포항 감독의 말대로였다. 포항은 10일 전북에게 0대3으로 졌다. 결과도, 내용도 반론의 여지가 없는 완패였다.
이날 포항은 포백 카드를 꺼냈다. 박선주-김준수-김원일-강상우가 포백을 이뤘다. 전북의 막강 미드필드진을 상대하기 위해 센터백 김광석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렸다. 이 전까지 포항은 스리백으로 재미를 봤다. 8라운드부터 스리백으로 전환한 포항은 포메이션 변신과 함께 상승곡선을 그렸다. 전북전 전까지 3연승을 달렸다.
결과는 만들어냈지만 내용은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최 감독이 강조하는 빠른 템포의 축구를 하기 위해서는 포백이 더 어울렸다. 최 감독은 A매치 휴식기 동안 가평 전지훈련에서 포백 전술을 가다듬었다. 조수철, 무랄랴 등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들이 자리잡으며 최 감독이 시즌 초 구상한 4-2-3-1, 4-3-3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하지만 최 감독의 구상은 전북전에서 완전히 무너졌다. 스리백에서 그토록 단단했던 포항의 수비는 포백 전환과 함께 모래성이 됐다. 포항은 전북의 변화무쌍한 공격력 앞에 완전히 무너졌다. 최 감독은 "경기 중 스리백으로 바꾸기도 했지만 전체적인 구도는 포백이었다. 좌우에서 뚫리니까 정말 정신이 없었다. 준비 했던 것을 하나도 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그럼에도 불구, 최 감독은 포백으로의 변화를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다. 최 감독은 "이날은 전북 입장에서 '그 분이 오신 날'이었다. 우리가 못했지만 그렇다고 자꾸 피해갈 수는 없다. 후반기 선수 구성도 포백에 맞춰서 했다"고 설명했다.
성공 열쇠는 윙백이 쥐고 있다. 김광석 김원일 김준수 배슬기 등이 포진한 포항의 중앙은 나쁘지 않다. 전북전에서 측면이 흔들리자 중앙도 함께 무너졌을 뿐이다. 이날 좌우 윙백으로 포진한 박선주와 강상우는 수비보다 공격에 강점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다. 특히 강상우 같은 경우에는 올 시즌 윙어에서 윙백으로 변신했다. 박선주-강상우 듀오는 오버래핑은 위협적이지만 일대일 수비와 위치선정이 썩 좋지 못하다. 스리백에서는 이를 커버할 수 있는 중앙 수비 숫자가 3명이나 돼 약점이 도드라지지는 않았지만 포백에서는 아픈 속살이 드러났다. 최 감독은 박선용을 다시 윙백으로 돌리거나, 알리 아바스 등 새로운 자원들을 훈련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새로운 대안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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