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에 가까운 경기를 한 것 같다."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이 모처럼 밝은 표정을 지었다. K리그 클래식 19경기를 치르는 동안 거의 매번 아쉬움을 살짝 토로하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올 시즌 경기 후 내놓은 총평 중 '최고의 찬사'가 최 감독의 입에서 나왔다.
단지 안방에서 3골차의 넉넉한 승리를 챙겼다는 결과에 대한 평가만은 아니었다. 최근 전북은 중원-수비 연결고리가 약해지며 매 경기 실점하는 패턴을 이어왔다. 선제골을 얻고도 실점 우려 탓에 선수들 스스로 물러서는 경기를 했다. 최 감독은 '닥공(닥치고 공격)'을 외쳤지만 그라운드에선 엇박자가 났다. 이랬던 전북 선수들이 어떻게 포항전에서 최 감독으로부터 최상급 찬사를 이끌어낼 수 있었을까. 해답은 미드필더 이 호(32)에 있었다. "상대 스리백에 맞서 미드필드를 장악하자고 했다. 중원 싸움에서 이긴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이 호의 역할이 컸다."
이 호는 올 시즌 최 감독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선수다. 지난해 전북 유니폼을 입은 뒤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맹활약 했으나 부상으로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후반기 복귀해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올 시즌 선발 라인업의 주축이 되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리그 3번째 경기였던 지난 4월 초 또 다시 부상자 명단에 오르며 한동안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전북이 클래식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일정을 병행하며 체력적 부담을 느낄 때마다 최 감독은 "이 호가 부상하지 않았다면 중원 살림이 이렇게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탄식하곤 했다. 포항전에 나선 이 호는 끈끈한 수비와 탁월한 경기 운영 능력을 과시하며 최 감독의 기대가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이 호는 "다른 선수들이 너무 열심히 뛰었다. 난 숟가락만 얹었을 뿐"이라고 손사래를 치며 "안 다치고 싶은데 계속 다쳐서 너무 속상했다. 팀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은데 생각지도 못했던 부상으로 (팀에) 미안한 마음이 컸다. 그래도 감독님이 기회를 줘서 열심히 뛰려고 노력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호의 복귀는 곧 전북의 '더블 스쿼드' 가동에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전북은 볼란치(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장윤호를 배치했지만 경험 부족으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 김보경-이재성이 버틴 중앙 미드필드 자리까지 부담감이 커지면서 본연의 공격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호가 가세하면서 전방의 수비 부담이 줄어들게 됨과 동시에 일정에 따른 탄력적인 선수 운용도 가능해졌다.
최 감독은 "이 호가 오늘처럼만 해주면 앞에서 부담을 덜고 경기를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리그 3연패와 ACL 제패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리고 있는 전북이 이 호라는 천군만마를 얻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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