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도 마음껏 웃을 수는 없는 상황. 마치 유행가 가사에 나오는 것처럼 '웃는게 웃는게 아닌' 장면들이 점점 늘어난다. 그럴수록 불안감은 커진다. 이제는 도저히 '믿고 쓰는' 카드가 아니다.
지난해 말 스토브리그에서 'FA 최대어'라는 평가를 받으며 한화 이글스에 새 둥지를 튼 좌완 마무리 정우람 이야기다. 시원하게 경기를 끝내는 모습을 기대하며 영입했던 카드인데, 기대만큼의 모습이 잘 안나온다. 블론세이브도 많고, 승부를 마무리 짓더라도 실점하며 힘겹게 끝내곤 한다. 진정한 '마무리'의 모습이라 할 수 없다.
단적인 예가 '최근 5경기 연속 실점' 기록에 드러난다. 정우람은 지난 9일 대전 삼성전부터 30일 잠실 두산전까지 21일에 걸쳐 총 5경기에 투입됐다. 올스타 휴식기를 감안해도 매우 적은 등판횟수다. 승리 혹은 역전의 가능성이 있다면 불펜 전력을 아낌없이 쏟아붓는 한화 김성근 감독의 스타일에 비춰보면 이례적으로 적은 등판 횟수다. 그만큼 정우람을 아껴썼다는 뜻이다. 실제로 같은 기간(9일~30일)을 기준으로 따져봤을 때 송창식은 9경기에 나왔다. 권 혁도 이 기간에 8경기를 소화했다. 팀내 최고령 투수 박정진은 무려 10경기에 등판했다.
김성근 감독이 정우람을 얼마나 아껴 썼는지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는 곧, 김 감독이 정우람의 투입에 관해 매우 고심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우람이 거둔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이 5경기에서 정우람은 모두 점수를 허용했다. 평균자책점이 무려 11.05에 달했고, 블론세이브도 1개를 포함해 2패 1세이브를 기록했다. 84억원의 거액을 주고 영입한 마무리 투수에게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다.
30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자칫 정우람으로 인해 승리가 날아갈 뻔했다. 정우람은 10-8로 앞선 8회말 2사에서 등판해 첫 상대 최주환을 삼진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9회말 1사후 김재환에게 솔로홈런을 얻어맞으며 1점차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리그 1위 두산의 뒷심을 감안하면 치명적인 실점이었다. 천만다행으로 이후 추가실점없이 경기를 끝내며 세이브를 달성했지만, 여전히 큰 불안감을 남긴 경기였다. 만약 김재환 앞에 주자가 있었더라면 여지없이 동점이나 역전을 허용할 뻔했다.
확실히 정우람의 구위는 지난해 SK 마무리 시절에 비해 떨어져 있다. 애초부터 정우람은 강속구로 상대를 누르는 스타일이 아니다. 정교한 제구력으로 범타를 유도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구위 뿐만 아니라 제구력마저 떨어지면서 일발장타 허용 비중이 늘어났다. 최근 5경기에서 무려 4개의 홈런을 허용한 게 그 증거다. 올해 총 6개의 홈런을 내줬는데, 7월에만 4개를 허용했다는 건 그만큼 힘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김 감독이 최근 정우람을 잘 쓰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스프링캠프 기간에 정우람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 훈련량을 많이 채우지 못했다. 고치 캠프에도 서산에서 몸을 만들다 뒤늦게 합류했다. 결국 이로 인해 리그 후반으로 갈수록 힘이 떨어지는 듯 하다. 이러한 정우람의 난조는 향후 한화의 행보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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