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경기 남았을 때가 승부처겠지요."
시즌 끝까지 유지될 듯 하던 두산 베어스-NC 다이노스의 2강 체제가 휘청이고 있다. 두산은 최근 4경기에서 무려 40실점을 하며 4연패를 당했고, NC는 소속 선수들의 승부조작으로 팀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이미 이태양이 승부조작을 시인했고, 최근 이재학도 관련 혐의로 경찰 소환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이재학은 구단을 통해 승부조작 가담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선수단 분위기는 크게 데미지를 입었다.
리그 초반부터 독보적으로 순항하던 2강 구단이 이렇게 흔들리면서 자연스럽게 3위 넥센 히어로즈의 선두권 진입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30일 현재 넥센은 2위 NC에는 4경기차, 1위 두산에는 2.5경기차로 뒤져있다. 두산과 NC가 한창 좋을 때였다면 꽤 먼 간격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최근의 위기 상황을 감안하면 그리 먼 거리도 아니다.
그러나 넥센 염경엽 감독은 '신중'의 자세를 유지했다. 쉽게 야망을 드러내지 않았다. 염 감독은 3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삼성과의 경기를 앞두고 "지금 우리팀한테는 3위도 감지덕지다. 이 멤버로 여기까지 해온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 아닌가"라고 일단 자세를 낮췄다.
더불어 상위 두 팀에 대한 경계심도 전혀 늦추지 않았다. "지금 두산과 NC는 승률 5할 마진에서 20승 이상씩 더 해놓은 팀이다. 이런 팀들은 (악재가 있다고 해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그럴 수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과연 염 감독이 선두권 도약에 대한 야심이 없을까. 그건 아니다. 감독이라면 지금보다 더 높은 순위를 바라는 게 당연하다. 염 감독도 마찬가지다. 다만 그 목표를 위해 힘을 쏟아부어야 할 시점이 '지금'은 아니라는 게 염 감독의 생각이다.
염 감독은 "아직은 승부처가 아니라고 본다. 시즌 일정이 충분히 많이 남아있다. 그리고 8월 9일부터 시작되는 2연전 시스템도 있다. 거기서는 진짜 체력전이 될 것이다"라면서 "결국 잔여경기가 20~25경기 남은 시점에서 진짜 순위싸움이 벌어질 것이라고 본다. 작년에도 그때쯤에 진짜 순위가 결정됐다"고 말했다. 이 전망은 곧 넥센이 선두권으로 진입하기 위한 '진짜 승부처'도 이 시점, 즉 20~25경기 남아있는 시기가 될 것이라는 말과 같다. 염 감독은 "늘 선수들에게 높은 목표를 세우라고 말한다"고 했다. 감독 스스로도 분명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단 지금은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염 감독의 진짜 승부수가 등장하는 시기가 과연 언제일지 기대된다.
대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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