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8년, KBO리그에 외국인 선수 제도가 처음 도입된 이래 각 구단의 선택 기준, 영입 절차, 관리 방법 등은 나름 체계화됐다. 그 중 외인 고르는 '눈'에 포커스를 맞추면 몇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만 영입 작업에 들어간다. 널리 알려진 기량, 몸값(가성비), 몸 상태 등이 그것이다. 의지도 중요하다. 정말 KBO리그에서 뛰고 싶은지, 돈을 버는데만 목적이 있는지. 속마음을 간파해야 한다. 인성도 중요하다. 그동안 한국 야구를 우습게 보거나 팀 분위기를 헤치면서 짐을 싼 여러 선수를 팬들은 기억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한화 이글스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는 A+ 학점을 받아도 이상할 게 없다. 기량, 성적, 의지, 인성 등 모든 항목에서 감점 요인이 없다. 특히 역대 외국인 타자를 통틀어 첫 해 몸값(130만 달러)이 가장 비싼만큼 타격 기술, 파워가 남다르다. 30일까지 성적은 91경기에서 타율 3할2푼5리(354타수 115안타) 24홈런 86타점. 타점 부문 1위, 홈런 부문 공동 2위, 장타율 부문 5위(0.599), 최다 안타 부문 8위다. 로사리오는 '가치÷가격' 공식을 적용했을 때 가성비가 대단히 우수하다고 볼 수 있다. 마냥 비싼 선수가 아니라, 몸값 이상의 활약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팀도 폭발하는 로사리오와 함께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화는 그간 로사리오가 홈런을 친 21경기에서 15승6패를 거뒀는데, 6월28일 고척돔 넥센 히어로즈전부터는 홈런이 나온 7경기에서 모두 이겼다. 그의 한 방이 팀 분위기를 끌어 올리는 마력을 갖고 있다. 선수들도 "득점권에서 한 방씩 쳐주니 경기가 잘 풀린다. 로사리오 홈런으로 기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1989년생으로 비교적 어린 나이에 한국 무대를 밟은 이 외국인 타자의 매력은 성공 의지, 인성에서도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경기가 30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이다. 그는 3회 유격수 땅볼을 치고 죽기 살기로 뛰어갔다. 겉모습만 보면 키 1m80·체중 100㎏으로 둔할 것 같은데, 현역 시절 양준혁 MBC 스포츠+ 해설위원처럼 전력질주가 습관이 돼 있었다. "달리기만 놓고보면 야수 중 중간은 갈 것"이라는 게 한화 관계자의 전언. 이는 지난해까지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은 야마이코 나바로와 180도 다른 모습이다. 주루 플레이조차 허투루 하지 않는 그는 KBO리그에서 잘 하고 싶은 의지가 가득하다.
또 그는 이날 심판에게 꾸벅 인사를 하는 모습으로도 주목 받았다. 1회 첫 타석을 소화하기 직전, 헬멧을 벗고 예의를 갖추는 모습이 포착됐다. 한화 관계자에 따르면 매 경기 첫 번째 타석에 들어가며 이 같은 행동을 한다고. 그는 안타를 친 뒤 1루를 밟고서도 꼭 1루심에게 인사를 한다. 아울러 상대 1루수와도 가벼운 농담을 주고 받으며 살갑게 다가간다. 지난해 시도 때도 없이 T-세리머니를 남발한 나이저 모건에 지친 한화 팬들이라면 단숨에 반할 수밖에 없는 모습. 그가 '복덩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역대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평가받는 에릭 테임즈(NC 다이노스)의 첫 시즌을 보는 듯 하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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