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어떤 대답이든 곧잘 하더군요."
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은 늘 선수들을 허물없이 대한다. 자기 팀이든 다른 팀이든 딱히 다르지 않다. 국내 선수와 외국인 선수의 구분도 없다. 당연히 베테랑과 신진급 선수들에게 하는 행동도 다르지 않다. '감독'이라는 권위를 내려놓고 마치 친한 선후배 사이처럼 다가간다. 먼저 인사하기, 포옹, 하이파이브, 윙크, 농담, 돌발질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스킨십을 한다. 그래서 이런 모습에 대해 '형님 리더십'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의 이런 친근한 행동에는 다 목적이 있다. 선수들의 경직된 생각과 자세를 허물기 위해서다. 특히 소속팀 KIA 선수들에게는 감독이 먼저 다가섬으로서 선수들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창의적인 생각을 하게 만들려 한다. 이런 생각들이 야구를 하는 데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김 감독은 믿고 있다.
이론적으로도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김기태 감독은 선수들이 감독이나 코칭스태프의 지시에 일방적으로 따르는 것보다 스스로 생각해서 풀어나가는 야구가 더 강하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이론적인 얼개가 마치 교육학의 '자기주도학습' 이론과 흡사하다. 사실 이미 독립적인 자아개념이 확립된 성인 선수들에게는 이런 방식이 더 적합하다. 그래서 김 감독의 방식을 '자기주도야구'라고 부를만 하다.
이를 위해 김 감독이 스킨십 말고도 특별히 KIA 선수들에게 하는 행동이 있다. 바로 '질문하기'다. 선수단 미팅 때나 혹은 훈련 때 선수 한 명을 붙들고 갑자기 질문을 던진다. 주로 야구에 대한 내용이지만 때로는 전혀 상관없는 분야에 대해서도 묻는다. 주제는 다양하다. 물론 정답은 없다. 김 감독은 "돌발적인 질문에 대해 선수가 얼마나 순발력있게 대응을 하는 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엉뚱한 답변이라도 얼버무리지 않고 술술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면 합격이다. 그만큼 선수가 유연한 생각과 자세를 갖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
실제로 김 감독이 KIA에 막 부임했을 때는 감독의 질문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꿀먹은 벙어리'가 된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부임 2년차인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김 감독은 "이제는 최소한 아무말도 못하는 선수는 없는 것 같다. 어떤 식으로든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게 됐다. 그걸 보면 나도 새로운 준비를 해야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열려있는 생각과 돌발상황에 관한 유연한 대처. 바로 김 감독이 지난 2년간 KIA 선수들에게 뿌리내리고 싶어한 '자기주도야구'의 본질이다. 그리고 그 노력이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다. KIA가 후반기 파죽의 7연승으로 4위 굳히기에 들어간 원동력을 여기서 발견할 수 있다.
그 증거가 바로 2일 경기에서 생애 첫 끝내기 안타를 친 3년차 내야수 박찬호의 경기 후 인터뷰에 담겨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9회말 공격에 들어갈 때 계산을 해봤더니 '2사 만루'가 돼야 제 타석이 되겠더군요. '설마 올까'싶었는데, 딱 기회가 와서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최대한 집중해서 무조건 끝내야겠다고 생각했죠." 이제 3년차 백업 내야수인 박찬호가 스스로 경기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면서 역전 끝내기의 가능성을 믿고 준비했다는 뜻이다. 박찬호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았다. 그가 특별한 선수여서가 아니다. 이게 바로 지난 2년간 김기태 감독이 만든 KIA의 새로운 팀 컬러, '자기주도야구'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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