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웠다. 남현희(35·성남시청)의 마지막 올림픽은 그렇게 끝이 났다.
남현희는 10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 카이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니시오카 시호(일본)과의 2016년 리우올림픽 펜싱 여자 플뢰레 개인전 32강전에서 12대14로 패했다. 경기 막판 사력을 다하며 4연속 득점에 성공했지만 경기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내심 메달을 욕심냈던 터라 더욱 아쉬운 패배였다. 남현희가 꿈꾼 '유종의 미'와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남현희는 당당했다. 그는 "후련했다"는 말로 마지막 올림픽의 소감을 밝혔다.
남현희와 올림픽.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어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을 시작으로 4회 연속 올림픽에 나섰다. 한국 펜싱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불모지' 한국에서 고독한 에이스로 활약하며 '펜싱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특히 2008년 베이징올림픽 결승전에서 당대 최고의 선수였던 발렌티나 베찰리(이탈리아)에게 5대6으로 아쉽게 패한 장면은 여전히 팬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맏언니로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두는데 일조했다. 숱한 영광을 얻었지만 한가지 아쉬움을 지울 수 없었다. 바로 금메달이었다.
남현희는 다시 일어섰다. 2013년 딸을 낳은 뒤 복귀에 나섰다. 출산 후유증으로 악력이 떨어져 검조차 잡기 힘들었다. 하지만 악바리 남현희는 이를 악물었다. 리우올림픽이 시작하기 전 1년 반 동안 국제 대회에서 실전 감각을 최대로 끌어올렸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동메달을 목에 걸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기세가 오른 남현희는 3월 쿠바에서 열린 플뢰레 그랑프리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올림픽 출전 티켓을 당당히 거머쥐었다. 남현희는 금메달을 딸에게 바치고 싶었다. "딸이 어리지만 메달 색을 구별한다. 아이가 경기장 전광판에 나오는 저를 보고 좋아하니까 뿌듯했다. 그래서 아이 목에 금메달을 걸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시 찾은 올림픽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몸상태가 좋지 않았다. 남현희는 "온몸이 온통 테이핑으로 도배된 상태다. 한쪽 운동만 20년 동안 했으니 반대쪽이 망가진 것"이라며 "1세트 끝난 이후 갑자기 몸이 묵직하고 처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몸상태가 안좋다보니 스스로 불안해질 수 밖에 없었다. 경기를 주도적으로 운영하지 못하고 끌려다녀야 했다. 뒤늦게 발동이 걸렸지만 이미 늦었다. 결과는 32강 탈락이었다.
그래도 남현희의 네번째 올림픽은 실패가 아니다. 겉으로는 금메달을 외쳤지만 속으로는 편한 마음으로 참석한 대회였다. 그는 "아기 낳고 (나온 사람한테) 누가 부담을 주겠냐 싶어서 출전한 거였다. 출산한 나보다는 후배들에게 더 기대할 거로 생각했다"고 했다. 물론 막상 경기가 시작되고 부담감을 느꼈지만 올림픽이 누군가에겐 얼마나 간절한 무대인지 잘 알기에 만족하기로 했다.
이제 남현희는 다시 딸 하이에게 돌아간다. 하이가 꼽아놓은 수영장, 놀이동산, 키즈카페 등을 함께 갈 생각이다. 금메달이 없어도 괜찮다. 이미 남현희는 자신의 경기 모습을 하이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그 무대가 올림픽이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행복하다.
후회는 없다. '엄마 검객' 남현희의 마지막 올림픽은 아쉽지만 아름답게 마무리 됐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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