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장)혜진이는 흠잡을 데가 없는 선수다. 실력도, 인성도,미모도 모두…. 오랜 시간 묵묵히 준비해온 모든 것을 올림픽 무대에서 200% 펼쳤다."
'우리 혜진이' 이야기에 2008년 베이징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 주현정의 목소리가 떨렸다. 주현정은 2010년 이후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까지 4년 넘게 장혜진(29·LH)과 한방을 쓴 절친 룸메이트다. 인천아시안게임 현장에서 어깨부상으로 후배에게 기회를 양보했지만, 활달하고 화통한 성격, 긍정의 마인드로 대표팀의 금메달을 이끌었다. 한국나이 서른에 첫 올림픽 무대를 밟게된 '맏언니' 장혜진은 '선배'주현정을 '롤모델'로 떠올렸었다. "현정언니는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로 팀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리더십을 보여주셨다. 나도 그런 맏언니가 되고 싶다"고 했었다.
12일 장혜진의 리우올림픽 여자양궁 개인전 결승전, 주현정은 매순간 자신이 사대에 선 것처럼 긴장하고 맘 졸이고 간절히 기도했다. 단체전 금메달에 이은 절친 후배의 쾌거에 벅찬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혜진이와는 오랜 룸메이트였다. 나와 걸어온 길이 비슷했다. '만년 4위'란 말도 듣고, 더 잘하는 선수에 가려지기도 하고…, 비슷한 점도 많고 서로 잘 통했다. 배울 점이 많은 후배였다"고 했다. "금메달을 따서 너무 좋다. '고진감래', '인간승리'라는 말이 맞다. 고생끝에 대박이 났다"며 활짝 웃었다.
단체전을 보며 장혜진의 메달 페이스를 예감했다. 주현정은 "혜진이는 단체전부터 안정적이었다. 첫번째 쏘는 사람은 굉장히 긴장이 많이 되고, 그만큼 가장 중요하다. 단체전의 흐름을 리드하는 큰 역할을 해야 한다. 그 역할을 진짜 잘했다"고 칭찬했다. "개인전에서도 흐름을 이어갔다. 첫 올림픽인데도 불구하고 200% 이상 해냈다"고 평가했다
'늦깎이' 장혜진의 금메달 비결을 묻자 주현정은 2인자로서 남몰래 쌓아온 내공과 한결같았던 긍정의 마인드를 이야기했다. "우리 혜진이는 올림픽만 안나갔을 뿐이지,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에서 탄탄하게 내공을 쌓아왔다. 모두들 1등만 바라볼 때 자신만의 내공을 더 단단히 쌓았다. 많은 대회를 통해 쓴맛, 단맛을 모두 봤다. 그 풍부한 내공이 차곡차곡 쌓여 결국 올림픽 무대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둔 것"이라고 했다.
장혜진이 지닌 강력한 긍정의 에너지도 이야기했다. "우리 혜진이만큼 긍정적인 애가 없다. 혜진이는 '난 왜 4등만 할까' 낙담하지 않았다. 이 과정이 언젠가 더 큰 성과로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다. 계속 긍정적인 마인드로, 계속 끊임없이 도전했다. 혜진이라서 가능했던 이야기다. 내가 아는 혜진이는 그랬다."
양궁 대표팀은 각 팀 최고의 선수들만 모인 곳이라 개성도 강하고 실력도 월등하다. 양궁천재들이 모인 태릉에서 장혜진은 분위기 메이커였다. 유쾌한 에너지로 주변을 밝혔다. 주현정은 "혜진이는 애교도 많고 귀여운 매력이 있다. 웃음소리가 정말 호탕하다. 웃긴 일도 아닌데 혜진이가 웃으면 모두가 따라 웃는다. 큰 웃음이 터진다. 분위기 메이커다. 자신뿐 아니라 두루두루 다 챙길 줄 아는 선수"라고 귀띔했다.
장혜진은 미모만큼 예쁜 심성을 지닌 선수다. 대한민국 양궁대표 선발전은 세계선수권, 올림픽 무대보다 살 떨리는 무대다. 화살 한발에 희비가 엇갈리는 치열한 경쟁, 승부의 칼날 속에 주변을 살뜰히 돌아보기란 쉽지 않다. 리우올림픽선발전 장혜진은 10대 후배 강채영에게 1점 차로 이기며 극적으로 리우행 티켓을 따냈다. 주현정은 당시 목격담을 털어놨다. "혜진이가 선발전 후 눈물을 흘리면서 '채영이 어딨어?'를 연발했다. 승리의 순간, 패한 동료를 먼저 찾아 마음으로 위로할 줄 아는 선수는 흔치 않다. 혜진이의 그런 따뜻한 심성이 오늘과 같은 복을 불러온 것같다"고 했다. "혜진이는 흠잡을 게 없다. 인성이며 실력이며… 게다가 미모까지"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우리끼리 '우리 혜진이는 얼굴도 예쁘고 실력도 짱인데 금메달 따면 정말 인기 있겠다'는 얘기를 했는데, 진짜 현실이 됐다"며 웃었다
주현정은 메달을 놓친 최미선과 동메달리스트 기보배 등 후배들도 알뜰히 챙겼다. "(최)미선이도 첫 올림픽의 아쉬움이 나중에 더 큰 결실로 돌아올 것이다. 보배도 이 올림픽을 통해 또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얻을 것이다. 후배들은 아직 젊다. 올림픽 후에도 선수생활을 이어갈 것인 만큼 이번 경험이 큰 밑거름이 될 것이고, 4년후 올림픽에선 틀림없이 든든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직후 주현정은 '짱콩' 장혜진에게 축하 문자를 띄웠다. "하늘이 주신 금메달이다. 축하한다. 내가 너 때문에 울었으니 돌아오면 밥 사라. 네가 최고다. '짱콩' 네가 '짱'이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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