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희(22·한국가스공사)는 악바리다.
좀처럼 포기를 모른다. 2011년 경주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가 좋은 예다. 그는 대회를 앞두고 훈련 중 오른발 엄지발가락을 다친데 이어 전날 치른 16강에서 왼손 약지가 부러졌다. 뼈가 밖으로 튀어나온게 보일 정도였다. 의사조차 출전을 만류했지만 기어코 김소희는 경기에 나섰다. 진통제와 응급붕대에 발과 손을 맡긴 김소희는 기어코 금메달을 따냈다. 경주세계선수권대회는 김소희가 성인이 되고 처음으로 출전한 국제대회였다.
운동도 독하게 한다. 초등학교 3학년때 태권도를 시작한 김소희는 하루에 도장을 서너번씩 갔다. 개인훈련도 거르지 않았다. 운동으로 단련된 그의 막강 체력을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서울체고 재학 중이던 김소희는 고교 구간 마라톤에 나서 종합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의 별명은 '산소통'이다. 이처럼 독하게 운동을 한 김소희는 고교 시절부터 적수가 없었다. 국제 무대에서도 위력을 보였다. 2011년 세계선수권에 이어 2013년 멕시포 푸에블라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도 2연패에 성공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까지 거머쥐었다.
그가 그토록 피나게 운동을 한 이유는 단 하나, 어머니를 위해서였다. 화재사고로 빚더미에 앉은 집을 위해 홀로 뛰신 어머니를 위해 '꼭 성공하겠다'고 다짐을 했다. 하지만 올림픽은 쉽지 않은 무대였다. 일단 그가 뛰던 46㎏급이 없어 49㎏급으로 체급을 올려야 했다. 운도 따랐다. 지난해 12월 멕시코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WTF 월드그랑프리 파이널 대회에서 당시 올림픽 랭킹 7위였던 김소희는 1회전에서 무기력하게 탈락했다. 이 체급에서 6위 안에 태국 선수가 2명이 드는 바람에 기적같이 리우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었다. 극적인 리우행 티켓을 거머쥔 김소희는 더욱 열심히 뛰었다.
결실을 맺었다. 김소희는 18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 올림픽파크 내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2016년 리우올림픽 태권도 여자 49㎏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언제나 포기하지 않았던 그답게 어렵사리 차지한 금메달이었다. 8강에서 '세계 2위' 파니팩 웅파타나키트(태국)을 맞아 막판 짜릿한 얼굴 공격을 성공시키며 6대4 역전승을 거둔 김소희는 야스미나 아지에즈(프랑스)와의 4강전에서도 골든 포인트로 승리했다. 김소희는 "역시 쉬운 일이 없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악바리 근성이 꿈틀거렸다. 마침내 결승에서 티자나 보그다노비치(세르비아)마저 제압하며 '넘버1'의 자리에 올랐다.
이날 경기장에는 한 기업의 후원을 받아 그의 부모님이 와 있었다. 마음이 약해질까봐 결승까지 얼굴 한번 마주치지 않았다. 운영하시던 음식점에 불이나 빚더미에 앉았어도 묵묵히 김소희를 뒷바라지 해주신 부모님이었다. 첫 해외여행으로 오신 리우, 김소희는 부모님께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을 안겼다. 마침내 목에 건 금메달, '호강 시켜드리겠다'는 효녀의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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