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재(22·연세대)가 걸어온 길은 한국 리듬체조의 역사가 됐다.
리듬체조와의 첫 만남은 우연이었다.
다섯 살 꼬마 손연재는 엄마 손에 이끌려 리듬체조 교실에 들어섰다. 천진난만한 꼬꼬마는 매트 위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리듬체조와 첫 인사를 나눴다. 1년, 2년, 3년... 그렇게 리듬체조와 인연을 이어간 꼬마는 조금씩 재능을 선보이며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다. 세종초 6학년 때는 최연소 국가대표로 이름을 올리며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특히 시니어 무대를 밟으면서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손연재는 2010년 처음으로 나선 3번의 월드컵에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그해 열린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개인종합 동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지만 유럽 선수들과의 경쟁에서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를 악물었다. 손연재는 2011년 리듬체조 강국 러시아로 향했다. 그곳에는 가족도, 친구도 없었다. 손연재는 언어도, 문화도 다른 '이방인'일 뿐이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눈칫밥을 먹어가며 독하게 버텼다.
훈련의 성과는 달콤했다. 2011년 9월 프랑스 몽펠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개인종합 11위에 오르며 자력으로 2012년 런던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획득했다.
런던에 입성한 손연재는 한국 리듬체조 역사를 다시 썼다. 예선에서 6위를 차지한 손연재는 상위 10명에게 주어지는 결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결선에서는 5위를 기록하며 한국 리듬체조 사상 최고 성적을 냈다.
손연재는 2013년 아시아 선수권대회 1위를 시작으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2015년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5월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6차 월드컵에서는 전 종목에 걸쳐 시상대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 리듬체조의 역사를 새로 쓴 손연재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2016년 리우올림픽 무대에 섰다. 개인종합 예선에서 볼(18.266점), 후프(17.466점), 리본(17.866점), 곤봉(18.358점) 합계 71.956점을 기록하며 5위에 랭크된 손연재는 상위 10명에게 주어지는 결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2회 연속 올림픽 본선에 오르며 한국 리듬체조 역사를 또 한 번 쓴 손연재는 당당하게 연기를 펼쳤다. 후프 종목에서 18.216점을 받으며 리우올림픽 마지막 무대에 오른 손연재는 볼(18.266점)과 곤봉(18.300점), 리본(18.116점)에서 무난하게 연기를 펼치며 총합 72.898점을 기록했다. 전체 4위에 이름을 올린 손연재는 한국 리듬체조 올림픽 최고 기록을 또 한 번 갈아치웠다. 비록 손연재는 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지만, 그가 걸은 길은 한국 리듬체조의 역사가 됐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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